오늘,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오늘은 이상하게도
집에 들어오자마자 불을 켜지 않았다.
어둠 속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신발도 벗지 않은 채로.
그때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내 안에서 목소리가 하나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오래 미뤄둔 회식이라도 잡힌 것처럼.
“오늘 또 이렇게 끝났네.”
제일 먼저 입을 연 건
늘 그렇듯, 피곤이었다.
의자에 몸을 기대고 앉은 채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는
한숨부터 내쉰다.
“그래도 오늘 나름 괜찮았어.”
그 옆에서 슬쩍 말을 건넨 건
위로였다.
목소리는 조용했지만
괜히 눈치를 보는 말투였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바로 끼어든 건
불안이었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쉴 틈 없이 말을 이어간다.
“이렇게 가다간 진짜 아무것도 안 남는다니까?”
그때, 구석에 앉아 있던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조용히 웃었다.
“그럼 그냥 그만하면 되지.”
말은 간단했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조금 늦게 들어온 건
욕심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오자마자
자리에 앉지도 않고 말했다.
“그래도 여기서 멈추긴 아깝지 않냐?”
순간,
모든 시선이 한쪽으로 쏠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 자리에 앉아 있던
나에게로.
나는 그저 듣고 있었다.
피곤의 한숨도,
불안의 재촉도,
포기의 속삭임도,
욕심의 끈질김도.
모두 틀린 말은 아니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늘은… 그냥 여기까지 하자.”
누군가는 고개를 끄덕였고,
누군가는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고,
누군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이상하게
조금은 조용해졌다.
나는 그제야 불을 켰다.
그리고 신발을 벗고,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왔다.
오늘은
완벽한 하루는 아니었지만,
내 안의 목소리들을
끝까지 듣고 온 하루였다.
가끔은
무언가를 더 하는 것보다,
이렇게
조용히 멈추는 선택 하나가
나를 살린다.
� 거북이처럼, 느리지만 멈추지 않는 쉼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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