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련의 길
서울역 출근은 장점도 다른 지역과는 다르다.
앞선 화에서 다루었다시피, 서울역은 수많은 노선과 기차가 지난다. 그 말인즉슨, 이들이 겹치지 않게 역사가 매우 크고 깊다는 얘기다. 어떤 열차로 오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내려서 출구까지 가는 길이 꽤나 길기 때문에 가는 길에 잠이 다 깬다. 이미 기진맥진한 출근은 있을지언정 비몽사몽 출근은 없다. 특히 가장 깊은 공항철도 이용자라면 체력 단련도 가능하다. 부지런히 올라갈 계단이 올라가도 올라가도 남아있다.
두 번째, 서울역 어느 방면으로 출근하는지에 따라 다르지면, 가까운 거리 내 가볼 만한 곳들이 많다. 날이 좋은 날이면 걸어서 남산 산책을 다녀올 수 있다. 점심을 싸서 피크닉을 할 수 있다. 남대문도 가까워 남대문 근방 유명한 약국 및 문구 쇼핑도 가능하다. 구하기 어려웠던 티니핑 데일밴드를 포함 시나모롤, 피카츄 등 다양한 캐릭터 상품도 구할 수 있었다. 오랜 콩국수와 평양냉면 맛집도 있어 여유로운 날엔 맛집도 다녀오기 좋다. 퇴근하고는 삼각지나 해방촌에서 분위기 있는 밤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건 남산이 가까이에 있다는 점이다. 외근을 나갈 때면 차로 남산들 넘어갈 일이 많은데, 계절별 남산의 둘레길의 풍경이 특히 멋있다. 봄에는 꽃이 날리고, 여름에는 녹음이 가득하고, 가을에는 형형색색의 색감이 눈을 어지럽힌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겨울 흰 눈이 가득 내린 날. 설국 그 자체인 남산은 몇 번을 봐도 절경이었다. 보너스로 귀여운 해치 랩핑이 된 해치 버스도 볼 수 있다.
세 번째, KTX가 있기 때문에 출장이나 여행을 갈 일이 있다면 서울역은 매우 좋은 거점이 된다. 다른 지역에서 오시는 분들을 맞이하기에도 좋다. 이동이 잦은 직무라면 에너지를 크게 줄여주는 이점이다. 네 번째로는 가끔 옛 서울역, 남산, 서울스퀘어(미생촬영지)의 풍경을 감성 넘치게 볼 수 있다는 것. 너무 지치는 날 멍하니 보고 있으면 마치 드라마 <미생> 속에 들어와 있는 거 같다. (<미생>의 촬영지는 서울역에 있는 서울스퀘어 빌딩이다.)
마지막으로는 버스와 버스정류장이 매우 많아서 버스 광고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장점과 단점을 모두 고려했을 때 서울역은 ‘좋은’ 출퇴근지인가 생각한다면,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게는 아니다. 하게 된다면 해볼 만한 경험이기는 하나, 오래 출근하고 싶은 지역은 아니다. 그만큼의 피로도와 위험도가 높은 곳임은 틀림없다. 참 기가 센 터전이라고 느껴지는데, 그래서인지 우리 팀도 보통 팀이 아니다. 마치 서울역을 반영해 놓은 것 같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