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기보다 재밌는 찾기
예전에는 하루에 수십 번씩 배당률을 새로고침했다.
라인업 뜨는 시간
키플레이어 부상 여부
언더냐 오버냐.
선수 본인도 모르는 미래를 점쳐보며
아직 정해지지 않은 미래에 몰두한다.
무당이나 성직자들이나 하는 행위다.
일어나지 않은 사건에 집중한다는건
보증금이 포로로 잡힌 자유일뿐이다.
그게 내 일상이었다.
어떤 날은 배당만 열 개를
걸고도 손에 남는 게 없었다.
계속 지니까 더 걸었고
이겨도 다시 걸었다.
도파민은 있었지만 성취감은 없었다.
그냥 반복행위였다.
그런데 요즘은 검색창에
‘햇빛 양지 기준’, ‘반음지 식물 차이’, ‘배양토 추천’
같은 걸 치고 있다.
배팅창과 검색창이 동시에 떠 있는 날도 있다.
왼쪽 창은 도박이고
오른쪽 창은 식물이다.
둘 다 도파민을 준다.
하나는 아주 빠르게
하나는 아주 느리게.
느린 쪽이 조금 더 오래 가는 느낌이다.
느리고
안정적이고
재밌진 않다.
근데 가끔
조용히 웃게 된다.
어느 날은 이런 날도 있었다.
배팅을 하려고 폰을 들었다가
갑자기 ‘관엽식물과 다육식물의 차이’가 궁금해졌다.
그래서 검색을 했다.
검색하다가 배팅 시간을 놓쳤다.
놓치고도 별로 아쉽지 않았다.
예전 같으면 스스로를 욕했을 거다.
왜 이걸 까먹었냐 어떻게 놓쳤냐
이럴 거면 왜 살아있냐.
그런데 그날은 욕 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쉽지 않았다.
신기했다.
손이 기억하던 루틴
아주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한 거다.
손가락이 기억하던 경로가
검색창으로 틀어졌다.
식물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대신 틀렸다고도 말하지 않는다.
조용히 존재한다.
말 없는 시간 속에 조금씩 자란다.
그래서 내가 계속 알고 싶어진다.
배팅은 결과가 떠야 끝이 나지만
식물은 계속 자란다.
매일 조금씩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잎이 자라든 죽든
그건 내 선택이랑 별개로 흘러간다.
그게 무섭기도 하고
그래서 더 지켜보게 된다.
검색하다가 하루가 가는 날이 생겼다.
배당 분석 대신 분갈이 영상 보고 있는 내가
그렇게까지 낯설지 않았다.
도박은 결과로 끝났고
식물은 계속 자라고 있었다.
오늘의 식물 : 습지야 선인장
자구가 하나 생긴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