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기다리는 거야?

기다림은 식물의 언어

by 후루꾸

식물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화가 나도, 외로워도, 목말라도, 말이 없다.

그래서 더 헷갈린다.


얘가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살고 있는지 죽어가는지.

나를 기다리는 건지 그냥 우연히 살아 있는 건지.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들어왔는데

화분 앞에 멈춰 섰다.

이상하게 그날따라 올리브가 날 보고 있는 것 같았다.


말도 없고, 표정도 없는데,

그냥 느낌이 그랬다.

‘얘 혹시, 나 기다린 거야?’


물도 안 줬고, 말도 안 했고, 대꾸도 없었는데,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냥 나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게 이상하게 미안했다.


바로 물을 줬다.

전에 봐둔 컵에 대충 물을 담아 흙 위에 천천히 부었다.

이틀 전엔 주지 말라고 했던 나였는데.

물을 흡수하는 흙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신기했다.

이게 그냥 ‘물주기’라기보단

답장 같았다.


누군가가 기다렸고

내가 그 기다림에 대답했다는 느낌.

사람이 아닌 존재에게 그렇게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냥 흙에 물 준 건데 마음 한쪽이 약간 정리되는 느낌.

내가 누군가를 기다리게 만든 적은 있어도

누군가 나를 기다린다는 느낌을 받은 건 오랜만이었다.


아니, 처음이었다.

이름도 외웠고,

습도도 검색했고,

햇빛도 조절했는데,

얘는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기다린다는 게 뭔지

식물이 알려주는 건 좀 이상한 일이었다.

나는 늘 빠르게 움직였다.


배당률이 바뀌기 전에 베팅하고

결과가 뜨기도 전에 다음 경기를 준비했다.

기다림이라는 감정은 손해로만 느껴졌었다.


기다린다는 건 결과 없이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었고

그건 늘 실패의 전조처럼 느껴졌었다.

그런데 식물은 기다리는 게 전부였다.


햇빛을 기다리고,

물을 기다리고,

사람을 기다리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도 계속 살아 있었다.


그렇게 조용히 살아 있다는 게 신기했다.

아무 말도 안 하고, 아무 표정도 없는데

그 안에서 무언가가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그래서 나도 멈췄다.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했다.


배팅도 안 하고,

검색도 안 하고,

그냥 이 아이가 내게 말 걸어주길 기다려 보기로 했다.


말도 없는 식물에게 뭔가를 바란다는 게 웃겼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그게 괜찮았다.

조용한 하루였다.

오랜만에 괜찮았던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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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식물 : 알스토니

매우 작지만 귀여운 친구입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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