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는 비교하지 않았다.
내 방은 좁고 어둡다.
그런데 식물은 자라고 있다.
식물도 넓고 햇빛 잘 드는 집에서 자라면 더 잘 클까?
비싼 토분과 좋은 배합토와 공기청정기 돌아가는 환기 잘 되는 방.
서울 아파트 광고처럼 초록이 가득한 베란다에서
다육이랑 몬스테라랑 싱고니움이 줄줄이 건강하게 웃고 있는 사진들을 보면
가끔 부러웠다.
나는 그런 데서 자라본 적이 없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지금도 내 방은 작고 어둡다.
틈 사이로 겨우 햇빛이 한 줄기 들어오는데
그걸 따라 식물이 조금씩 몸을 틀고 있다.
이 아이가 불행할까?
얘도 속으론 날 거지주인이라 생각할까?
내가 미안하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은 흙도 없고
햇살이 강한 양지도 아니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게 너무 없어서 괜히 서글펐다.
그런데도 이 아이는 매일 자라고 있었다.
매일 조금씩 아주 조용하게.
그게 대단했다.
환경이 좋아서 자라는 게 아니라
그냥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살아가려는 의지가 너무 뚜렷해서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물은 환경을 탓하지 않는다.
그저 주어진 만큼만 자란다.
비교하지 않고 불평하지도 않고
그저 하루하루를 버틴다.
이 아이는 불평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버티기로 했다.
반포자이 같은 베란다는 없지만
물 줄 수 있는 손은 있으니까.
어쩌면 식물도 사랑받고 있다는 감각만 있으면
그걸로 충분한 걸지도 모른다.
내가 줄 수 있는 사랑이 이 방 한 칸이라면
그 안에서 같이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였다.
나도 이 좁은 방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냈다.
이 작은 방 안에서도 우리가 빛을 보며 자랄 수 있다면 내일도 살아보려 한다.
오늘의 식물 : 아프리카 식물인 용꼬리
흙에 나뭇가지를 꽂아둔 것처럼 생겼고 생기 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자구도 많이 내고 제일 잘 살고 있는 친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