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일락 향이 나는 금목서를 마주친다면 그땐 정말 봄이야

by 언제나 여름

한봄에는 (한겨울, 한여름은 있는데 왜 한봄, 한가을은 없을까요. 봄인가 싶으면 금새 더워지고 가을이다 싶으면 어느새 추워지는 탓에 그 완숙과 만연함이 길지 않아서일런지요) 라일락이 잔뜩 피어나더군요. 길을 가다가 아찔한 기분이 드는 달큰함을 포착한다면 십중팔구 당신의 지척엔 라일락이 도사리고 있을 거에요. 저는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라일락을 너무나도 사랑합니다.


제가 라일락에 대한 예찬을 이어나가던 무렵, 친구가 언제부터인가 금목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 어느날은, 자기 고향에는 금목서가 지천인데, 그 향이 정말 좋다고. 또 다른 날은, 자기는 금목서를 너무 좋아하는데 그 향기가 만리나 가서 만리화라고 부르기도 한다고.


저는 금목서가 뭔지, 그 향이 어떤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

아, 남쪽의 꽃인가보다. 얼버무리고 말았답니다.


그런데 오늘, 길을 걷다가 문득 눈에 들어온 노란 꽃이 너무너무 '금목서처럼' 보이는 거에요.

그 길로 당장 친구에게 연락해보니, 계시라도 내려온 양 찌릿, 텔레파시를 보내던 그 꽃은 정말 금목서이더군요. 기쁜 마음으로 멀리서나마 만리나 퍼진다는 그 향을 맡아보니 정말 좋았답니다.


어라, 근데 이게 웬일일까요.

두세 걸음 떼어놓으니 그 향기가 더 짙어지는거 아니겠어요.

고개를 들어보니 저기, 라일락이 보이더랍니다. 하하 저는 금목서를 보면서 라일락 향기를 맡은거에요.


다음에는 꼭 금목서의 향을 맡아보리라 다짐하고 집으로 가는 길, 이젠 정말 봄인지 길가에는 그동안 이름을 몰라 알아채지 못했던 금목서가 종종 환한 얼굴을 내밀었어요. 반가운 마음에 얼른 깊은 숨을 들이켜니 코 끝을 스치는 그 달콤함은 왜 자꾸 라일락의 것인지요. 금목서 주변에는 꼭 라일락이 있어서 자꾸만 금목서에서 라일락 향기가 나더랍니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니 라일락이 지천인건지, 라일락과 금목서는 꽃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둘다 포기할 수 없는 수종인건지요. 내일은 꼭 금목서의 향기를 맡겠노라 다짐했답니다. 하지만 어쩐지 라일락 향이 나는 금목서는 봄의 절정을 환호하는 것만 같아서, 그래서 다시 한 번 깜빡 속아넘어가고만 싶었어요.


근데요, 그날 밤에 저는 그 꽃이 사실 황매화였단 사실을 알게 됐답니다? 그리고 금목서는 가을에 핀다는 것두요. 금목서에서는 라일락 향이 날 수가 없었던 거에요. 하하 참 귀여운 오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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