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정말 여름이네요.
금새 뜬 햇빛에도 다 마르지 않는 비가 내리고,
나무 밑에는 그늘이라 부를 수 있는 짙은 빛이 깔리고
피부에 와닿는 습기는 무거워졌어요.
아카시아는 어느새 갈색으로 짓물러 땅에 떨어지고
담벼락에는 장미가 피기 시작했어요.
얼마 전에 라일락을 끌어안고 자라는 장미를 보았어요
늦게 핀 라일락 향기를 담뿍 먹고 자란 장미는
지난한 여름에도 더 오래 향기로울 수 있을까요?
찌르는 듯한 햇빛은 피부에 끈질기게 따라붙고,
따가운 햇빛은 목을 그새 검게 그을어버릴 것만 같아요.
지구의 각도가 조금, 기울어진 채로 태양을 도는 것 뿐인데
사계절이 이렇게나 다르다니요.
23.5도가 올려버린 온도는 참 뜨거워요.
여름의 이름은 장미.
공기를 유영하는 습기.
피부를 꿰뚫는 태양.
팔을 드러낸 사람들.
인중을 흐르는 땀방울.
열기가 남은 밤의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