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 먹는 하드는 참 맛있어요. (하드,라고 하면 너무 나이 들어 보일까요. 하하) 냉동고에서 갓 꺼낸 하드 포장을 벗기면 공기 중에 유영하던 습기가 어느새 꽁꽁 얼어붙어 하드 표면 위에 눈꽃이 내려요. 한여름에 내리는 눈송이는 한없이 소중하기만 하죠. 어릴 적에는 그렇게 생긴 성에를 보고, 와! 시원한 얼음이 더 생겼네! 하고 좋아했었어요.
위에서부터 야금야금 그 냉기를 즐기다보면, 어느샌가 투명하고 녹진해진 하드 아랫부분이 물러지기 시작해요. 재잘재잘 떠들다보면 손에 툭, 달콤한 빗방울이 떨어지지요. 그렇게 손이 끈적해지는게 여름날의 아이스크림 맛인거 같아요. 갑자기 허겁지겁 먹게 되는 아이스크림, 급히 입에 넣었다가 머리가 찡 하는 순간. 겸연쩍은 미소를 지으며 사랑하는 사람의 손마저 끈적이게 만드는 것. 선선한 여름밤의 하드 한 입. 어느새 녹아 떨어지는 그 아이스크림. 끈적한 손가락만큼이나 마음과 마음이 와닿아 붙는 느낌.
여름은 참 습해요.
어떤 때는 마치 수영을 하는 것만 같죠.
무더운 날이 아니더라도 땀인지 습기인지 모를 것들이 피부에 달라붙어요.
밀도높은 공기가 버겁게만 느껴지지만,
가끔은 말이에요.
편의점에서 그르륵칵 의자를 끌어 앉을 때,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밤, 천변을 걸으며 마음을 툭 터놓을 때.
그럴 때는 무거울만큼 습한 공기가
오히려
마음과 마음 사이 보이지 않는 그 공간을 채워주는 것만 같아요.
여름밤의 다정하고 습한 대화들,
올여름에는 어떤 대화를 하게 될까요?
몇 개의 아이스크림이 녹아 손등으로 떨어질까요?
여름의 초입,
기대감이 깊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