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눈은 빠르게 녹는다
연둣빛 이파리를 얼리지도 못하고
산할아버지 수염처럼 잔뜩 앉았다가 후루룩 녹아 사라져.
땅만 촉촉하게 적시고 까르륵 웃음만 주고.
산타 할아버지의 턱수염은 까슬하지만 포근했었다.
무릎에 앉은 내 정수리를 간질이던 겨울눈.
내 어린 강아지는
따뜻한 겨울날 내린 눈처럼
희었다.
언제까지나 아플 기억으로 남을 여름
봄은 겨울과 여름, 그 사이에 빠듯하게 끼어버린 계절이지요. 그 징검다리 사이의 간격같은 계절은 어찌나 예쁜지요. 하지만 가끔, 그 예쁜 색색의 꽃들보다도 그 위에 살포시 얹힌 봄눈이 더 '봄'을 크게 외치는 것 같아요. 겨울도 여름도 아닌, 여름의 빛나는 풀꽃과 겨울의 창백한 눈꽃이 뒤섞인 계절.
저는 봄눈이 올 때에야 비로소 봄이 되었다는 기분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