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찍 맨해튼으로 나갔어요.
아침부터 이 꽃들은 어디로 가고 있었을까요?
어떤 다정한 사연이 끼어 있었을까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잔뜩 나는 손수레에 기분이 한껏 좋아졌지 뭐에요!
뉴욕은 꽤나 싸늘한 대도시 감성을 가지고 있더라구요. 거대한 빌딩숲에 압도되는 기분을 느끼면서 목적지로 발걸음을 재촉했어요. 왜 뉴욕에서는 다들 걸음이 빠른지 너무 잘 알겠더라니까요.
여기는 트럼프 타워 지하에 있는 베이글 집! 입구를 못 찾아서 뱅글뱅글 돌아다가 레고 스토어의 어마어마한 대기줄만 구경하다가 겨우 들어왔어요.
작지만 알차게 들어찬 가게!
@black seed bagel
Lox가 연어라는 건 알았지만 제가 알지 못했던 사실은.. 연어가 다져져서 크림치즈에 들어간 버전이라는 거였어요..! 극강의 느끼함을 자랑하는 베이글을 먹었답니다..
반쪽만 먹고 나머지는 들고 나갔어요.. 나머지 반쪽은 MOMA 오픈런을 하면서 해치웠답니다!
다음에는 꼭.. 훈제연어가 훼손되지 않고 들어간 베이글을 먹기로 다짐했어요..
1시간 정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MOMA에 들어갔어요! 오픈런은 최소 1시간 전에 하는 것을 추천. 안 그러면 줄이 빌딩을 감싸고 돌더라구요. (물론 연말이라서 그랬을 가능성도 o)
역시 현대미술관다운 모습. 저는 들은 대로 5층부터 보기로 했어요. 아는 맛이 무섭다고, 아는 작가부터 보고싶었고, 정말 그래도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의외로 잭슨 폴록은 아주 큰 울림을 주지는 못 했어요.
그치만 2년이 지난 지금 보면 또 다를 것 같기도 하네요. 무질서와 혼돈은 어쩔 수 없는 삶의 본질인걸 이제야 깨달아가기 시작하고 있어서 말이죠. 증가하는 엔트로피 속에서 갈피를 잡으려는 노력은 무의미일까요, 아니면 허무주의에 의연하게 맞서는 삶의 빛나는 단면일까요?
마크 로스코의 작품! 허무와 우울과 침전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허무와 우울을 동반하지 않는 삶은 어떤 느낌일까요.
저는 종교는 없지만 기독교가 허무주의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나의 삶이 의미가 없고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여길 때, 결국 죽음으로 귀결되는 이 생애에 허무를 느낄 때, 자아 바깥에 존재하는 세상의 절대자를 상정하고 우리네들의 삶은 그의 의도이자 사랑이라고 규정하면 그 자체로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잖아요.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
유명한 작품이고 몇 번 본 적이 있어서 무덤덤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실제로 봤을 때 참 감명 깊었어요. 숨막히는 사랑과 열정과 갈구가 고스란히 느껴져서 마음이 아팠어요. 저런 사랑을 내가 할 수 있을까? 내 사랑은 뭐라도 초월한 것이 있나? 하는 생각에 빠지게 되었거든요.
가장 인상깊었던 피카소의 작품!
이 작품의 감상평이랑 고흐의 별 헤는 밤을 비롯한 다른 작품들은 모마글로 따로 써볼게요!
이른 저녁을 먹으러 왔어요
@킨스 스테이크 하우스
포터 스테이크가 진짜 맛있었어요
굽기는 미디엄 레어
4명이서 이럿게 먹고 256.39 (약 37만원) +팁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는
일행들이랑 떨어져서 뉴욕을 구경했어요
크리스마스 이브에 못 봤던디올&색스 전광판을 구경했어요. 음악이랑 조명이 참 예뻤네요
그렇지먼 더 좋았던 건 다들 멈춰서서 잔뜩 들뜬 얼굴을 한쪽으로 향하고 있었다는 거였어요. 눈이 올 때나 달이 예쁠 때, 불꽃놀이 축제에 갈 때 정도나 봤던 광경을 뉴욕 한복판에서 마주하다니.
내심 계획했던 레고샵 방문이 많은 인파로 무산되고, 소중한 시간이 허무하게 흘러가겠다는 불안과 추위로 문물이 나려고 할 때 따뜻해보이는 서점을 발견했어요.
들어가보니 아이들도 많았고 따뜻한 실내가 참 포근했어요.
이 책은 서점을 둘러보다가 마음에 들어서 집어들었던 책이에요. 그런데 이제보니까 얼마 전에 정말 재밌게 읽었던 책이네요!! 클레어 키건의 이토록 작은 것들이라는 책인데, 정말 추천합니다. 상세한 묘사와 그럴 것 같지 않지만 은근히 드러나는 반전 요소, 은은한 심리 묘사까지 아주 탁월한 작품이에요.
그리고 영어로 읽는 작품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첫 책! 이 책은 유명해서 다들 아시겠지만, 반가워서 집어들고 2~3페이지 읽었는데 마음이 참 좋아졌어요. 영어라는 언어에 장벽도 크게 느끼고 효능감이 참 부족했는데, 영어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기쁘게 다가왔던 순간이에요.
인파를 헤치고 뮤지컬을 보러갔어요
동행한 언니가 로터리에 당첨되어서 저렴한 가격에 뮤지컬을 볼 수 있었거든요
꽤 즐거운 마음으로 박스석에서 알라딘을 봤어요
화려한 무대와 배꼽잡는 유머가 즐거웠고,
대강 아는 줄거리지만 어찌나 재밌었는지, 왜 뮤지컬이 흥행하는지 알겠더라구요. 다음에 기회가 되면 꼭 다른 작품도 보고 싶어요.
추운 겨울밤을 걸어 호텔로 돌아오니 먼저 귀가한 언니들이 예쁜 도넛을 건네더라구요. 달달한 도넛에 마음이 포근해지고, 연말은 참 좋다, 하는 생각으로 가득해진 밤이었어요. 밤은 또 어찌나 깊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