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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kb 하우스 Jul 08. 2023

07. 아침을 같이 한다는 것

[에세이] 우연히 나란히 여행하다

호텔에서의 아침은 특별했다. 밤새 커튼을 열어 놓으면서 아침 창문너머 멀찍이 있는 남산을 제일 먼저 볼 수가 있었다. 어제 밤 늦게 선배와 헤어져 각자의 객실로 가면서 우리는 따로 아침 약속을 하지 않았다. 이것은 이번 여행을 아침부터 서두르거나 미리 짜 놓은 계획에 맞춰 움직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월요일 아침을 출근시간을 대하는 바쁜 직장인의 모습이 아닌 여행객과 같은 제3자의 시각으로 여유롭게 대하고 마음도 있었다. 이렇게 우리의 아침은 여유롭게 시작되었고 내가 로비로 내려 갔을 때 선배는 체크아웃을 하고 호텔 앞에서 햇살을 받고 서 있었다. 출입문 쪽으로 투명하게 통과해서 들어오는 햇살을 보니 옛날을 기억나게 했다. 우리가 예전 일본 출장에서 마지막날 아침 호텔 로비에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가던 때와 꼭 같아 보였다.


우리는 호텔을 나와 대로를 향해 걸었다. 운 좋게 호텔이 대로와 붙어 있지 않고 골목 안 깊숙이 위치해 있어 시골에서 마냥 조용하게 아침을 시작할 수 있어 좋았다. 햇살이 들지 않아 아직 잠이 가시지 않은 골목길을 우리는 구불구불 걸어 나갔다. 호텔 초입에 괜찮은 해장국집이 하나 있었지만 우리는 그곳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우리가 호텔의 구불구불한 길을 걸으며 느낀 기분과 분위기를 멈추지 않고 더 오래도록 느껴 보고 싶어서였다. 우리는 우리의 걷기 여행의 초심을 지키며 계속 걸었다. 특별하게 가야 할 곳을 정하지 않은 여행이기에 우리는 스마트폰을 켜서 지도를 확인하지도 맛집을 찾지도 않았다. 길을 걷다 식당이 나오고 그곳이 마음에 들면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좋아 보여도 다른 곳에서도 갈 수 있는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곳은 거르기로 했다. 


식당은 생각만큼 많지가 않았다. 몇몇 있었지만 대부분 프랜차이즈 음식점이었고 대부분 저녁 장사를 하면서 열지 않았다. 주변이 모두 가게들이라 분명 장사하는 사람들이 가는 식당이 있을 태지만 우리가 그곳만 피해서 다니는지 보이지를 않았다. 대로를 따라 조밀하게 붙어 있는 가게들은 장사를 시작하기 위해 모두가 저마다의 루틴을 그리며 분주하게 아침을 만들어 갔다. 그리고 다양한 국적의 가게들이 골목을 채우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모습도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었다. 조명가게, 도기가게, 공구가게, 인쇄가게로 채워져 있던 이곳이 다른 나라 다른 가게들이 줄지어 들어서면서 이젠 골목이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가 된 듯 보였다.


우리가 걸어 도착한 곳에서는 지게차들이 인쇄소에서 필요한 종이들을 옮기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도로 전체는 출근하는 차량들과 사람들로 섞이면서 복잡하고 바빠 보였지만 여기에 규칙이 존재하듯 모두가 익숙하고 물이 흐르듯 자연스러워 놀랐다. 우리는 그곳에서 우리가 상상하던 것과 같은 모양의 식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게의 외관은 흰색 타일을 붙여서 지은 오래된 건물로 처음의 모습을 그대로 지키고 있었다. 이로써 우리는 과거로 돌아간 듯한 기분까지 덤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합격이었다. 바쁜 아침 장사 시간이 끝나면서 식당 안은 조용했고 이젠 다시 점심 장사 준비를 하느라 그릇을 정리하고 밥을 공기에 나누어 담는 등 여유가 있어 보였다. 식당 내부를 창문부터 식탁이며 모든 것을 예전 모습 그대로 두면서 이곳에서의 식사가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침식사로 나온 설렁탕에 반찬들까지 옛날 것으로 내오면서 그 운치는 배가 되었다. 그래서인지 그곳에서 바라보는 바깥의 풍경 역시도 과거로 시간이 흐르는 듯했다.


아침을 같이 한다는 것은 대단한 일인 것 같다. 아침에 만나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상대에게 식사를 하자고 하는 것을 보면 대부분 저녁을 생각에 둔 것이고 여기에는 서로에게 여유가 있어 약속도 편하다. 그런데 우리가 아침 식사를 같이 하자고 하면 사정이 많이 다를 것 같다. 우선 제안부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우리가 아침을 차려 놓고 먹는 것이 아니기에 상대를 온전히 마음으로 대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물론 상대의 아침을 위해 이야기도 신경 써서 골라야 한다. 그래서 아침을 같이 한다는 것은 마음으로 아침 햇살 아래 꽃들을 피우고 아침을 즐기는 새들이 맞이하는 준비 시간이라 할 수 있겠다.


> 이미지 출처: https:// daily-selza.tistory.com/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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