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수명이 길어질수록 혼인생활 또한 비례하여 길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졸혼이라는 유행어가 대중매체에서 자주 회자되고 있습니다. 부부가 이혼하지 않으면서도 각자 자신의 삶을 즐기며 자유롭게 사는 생활방식이고,. '결혼을 졸업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 2004년 일본 작가 스기야마 유미코의 저서 <졸혼을 권함>을 통해 알려졌습니다. 오랜 결혼생활 이후 인생의 막바지에 이혼을 하는 '황혼이혼'과는 결혼생활을 유지한다는 측면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 경우 졸혼 당사자 중 일방이 법적으로 이혼을 원하는 경우 장기간 별거를 이유로 이혼소송을 제기할 때 이혼사유로 인정될 수 있는지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판례에는 “청구인이 첩과 동거하며 피청구인과 다년간 별거하여 왔다는 사실만으로는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라고 할 수 없다”고 판시한 사례가 있습니다. 여기에서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라 함은 부부간의 애정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할 혼인의 본질에 상응하는 부부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고 그 혼인생활의 계속을 강제하는 것이 일방 배우자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를 말하며, 이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그 파탄의 정도, 혼인계속 의사의 유무, 파탄의 원인에 관한 당사자의 책임유무, 혼인생활의 기간, 자녀의 유무, 당사자의 년령, 이혼 후의 생활보장 기타 혼인관계의 제반사정을 두루 고려하여야 합니다. 결국 판례의 입장은 장기별거의 경우에도 혼인당사자 사이의 혼인관계가 파탄되고 있는 실질이 있어야 이혼사유로 인정된다고 할 것입니다.
혼인생활 중 부부가 일시 이혼에 합의하고 위자료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거나 재산분배를 하였다 하더라도 그것으로 인하여 부부관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되어 부부쌍방이 이혼의 의사로 사실상 부부관계의 실체를 해소한 채 생활하여 왔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그러한 이혼 합의 사실의 존재만으로는 이를 재판상 이혼사유인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중대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습니다.
요컨대 장기간 별거를 하고 있는 부부 쌍방에게 이혼의사가 존재하고 더 이상 부부관계의 실체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 혼인이 파탄되었다고 하여 민법이 정하는 기타 혼인을 계속할 수 없는 사유에 해당한다고 할 것입니다.
그런데 졸혼 상태의 부부는 혼인 관계를 지속하면서도 각자의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별거하고 전혀 소통하지 않는 부부도 있으나 대개 정기적으로 만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부부 사이에 불화로 인해 헤어지는 것이 아니며, 그동안 자녀를 키우면서 누리지 못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결혼이라는 틀을 깨지 않고도 자유롭게 생활한다는 점에서 자녀들이 독립한 후 결혼의 부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졸혼을 선택하는 부부가 늘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