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아내에 대하여 폭행하고 상해를 가하더라도 결국 생계유지 또는 가정유지를 위해 피해자가 처벌불원서 또는 합의서를 형사법원에 제출하여 가해자가 집행유예의 판결을 받게 되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피해자인 아내가 합의서 등을 제출하는 배경에는 가해자인 남편이 실형을 살게 되면 추후 보복을 할 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가정폭력의 가해자는 체포 이후 집행유예 판결을 받게 되면 가정폭력의 심각성과 가벌성에 부주의하여 재차 가정폭력을 휘두를 수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그리고 가정폭력의 수위는 점차 높아진다는데에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법무부에서는 가정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과 처벌, 피해자 보호 등의 강화를 기반으로 한 가정폭력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제출하였고 이 개정안은 국회에서 의결돼 2021년 1월21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긴급임시보호조치가 주요한 내용입니다. 긴급임시보호조치는 가정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법경찰관의 직권으로 가해자에 대해 피해자 거주지로부터 퇴거 및 격리, 피해자 거주지 또는 직장 등에서 100m 이내 접근 금지 등을 명령하는 제도입니다. 그에 따르면 가정폭력범이 접근금지 등 임시조치를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하도록 처벌 규정을 강화했습니다. 상습범은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그런데 경찰은 위급 상황 시 법적 테두리 안에서 가해자와 피해자 간의 강제적인 격리가 불가하다는 점을 들어 가정폭력의 재발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특히 긴급임시보호조치는 가정폭력 재발이나 긴급을 요하는 경우 법원의 임시조치 결정 없이 사법경찰관이 직권을 행사했으나 정작 위반하더라도 이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실효성이 문제되고 있습니다.
가정폭력은 사회적 문제로 보고 제도적 방안을 강구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가해자 입장에서 본다면 본인도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내재된 폭력성이 노출되면 노출에 따른 실효적인 처벌이 있든 없든 그 폭력성을 제어할 수 있는 내재적 장치가 없는 한 그 폭력성은 유지될 수 밖에 없습니다. 더욱이 가정폭력의 현장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식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에 2차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매우 높습니다. 가해자를 심리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지속적인 방법은 법률전문가에게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물론 피해자와 그 가족은 가정폭력 전문 상담기관을 통해 가정폭력 전반에 관한 내용을 상담 받을 수 있습니다. 가정폭력 상담소에서는 가정폭력 관련 상담 뿐만 아니라 가해자 교정치료, 가정폭력 예방교육 등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법적인 강제수단이 담보되지 않은 상담만으로는 가정폭력의 가해자를 제어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