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잔소리

생활

by 하모남


살아가면서 내 옆에서 잔소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잔소리를 한다는 것은 나에 대한 사랑과 관심의 다른 말이기 때문이다. 어려서는 어머니가, 결혼해서는 아내의 잔소리가 그렇다. 사랑과 관심이 없으면 잔소리도 하지 않는다. 잔소리라는 말은 사전에서는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듣기 싫게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거나 꾸중하는 말'이라고 되어 있다. 필요 이상으로 꾸중하는 사람은 어머니들이 많고, 필요 이상으로 참견하는 사람은 아내들이 많다. 살면서 잔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어머니의 잔소리가 그리워진다. 나는 부모님께 그리 많은 잔소리는 듣지 않으면서 자란 것 같다. 그러나 내 위 형은 참 많은 잔소리를 듣고 자랐다. 나는 그런 모습을 옆에서 보며 자랐다. 형이 잔소리를 듣다 보니 눈치 빠른 나는 그다지 잔소리를 듣지 않고 자랐다. 대부분 잔소리는 큰 문제가 아닌 아주 사소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성인이 되어보니 그 사소한 것들이 더 중요한다는 것을 느낀다.
사소한 것들을 어기면 반드시 큰일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우리 속담에 '바늘 도둑이 소 도둑 된다'는 속담이 있다. 아주 사소한 것이라고 치부하고, 괜찮겠지 하다가는 큰 도둑이 된다는 말이다. 대부분 잔소리는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이 많다. 담배 끊어라. 일찍 일어나라. 운동 좀 해라. 밥 먹고 바로 눕지 마라. 술 좀 먹지 마라. 등등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아주 사소한 일들이 잔소리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생활습관이 평생 나를 따라다닌다는 것을 나이 들면서 깨닫게 된다. 일찍 일어나는 작은 습관이 나의 운명을 좌우하고, 담배를 끊고 피우지 않는 작은 습관이 큰 병을 예방하여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술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나는 술을 많이 먹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내가 공직에 임용하고, 인접지역에 근무하는 선배님이 계셨다. 그 형님은 오랜만에 후배가 전입 왔다며 성심성의껏 나에게 호의를 베푸셨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고, 술을 즐기시는 분이었다. 그 형님은 술을 먹으면 안주나 밥을 먹지 않는 습관이 있었다. 내가 그 형님과 가까워지면서 1주일에 서너 번은 술자리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그 후로 아내의 잔소리가 늘었다.


즐거운 자리에서 술은 그 분위기를 맞추며 좋은 음식이 되지만, 그것이 습관적인 음주는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형님은 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하며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친분을 유지하며 잦은 술자리를 가졌다. 그러던 어느 날 나와 점심식사를 하고 났는데, 며칠 전부터 배가 아프다고 하셨다. 그래서 빨리 병원을 가보라고 했더니, 그날 큰 병원으로 입원을 했고 얼마 되지 않아 췌장암 판정을 받고 바로 수술을 했다. 수술을 하고도 많이 호전이 되었다고 하더니, 수술 후 6개월의 짧은 생을 살다가 하늘나라로 가셨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아직 자녀들도 결혼도 못했는데 아빠의 빈자리는 너무나 컸다. 그 이후 형수님도 5년을 더 살다가 돌아가셨다. 한 가정이 그렇게 허무하게 산산조각이 나는 것을 지켜보며 너무 가슴이 아팠다.


우리 몸은 평소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생활했느냐에 따라 반응하게 되어 있다. 술에는 장사가 없다. 그 형님의 생활을 누구보다 잘 아는 나로서는 평소 건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것은 모두 음식에서 비롯된다. 지난해 아내의 잔소리는 운동 좀 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새해가 되면서 헬스장을 다시 다니게 되었다. 매일은 가지 못하더라도 주 3회 이상은 반드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자기 계발 달력을 하나 만들었다. 운동, 독서, 글쓰기를 체크하는 달력이다. 하루에 한시 간이상 운동을 했는가, 하루에 한시 간이상 책을 읽었는가, 하루에 한편이상 시나 수필을 썼는가를 체크하는 달력이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적어도 꾸준히 3년은 해야 습관이 든다고 한다. 건강한 노후를 위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행복한 노후를 위해 나는 오늘 무엇을 했는가. 스스로를 매일 되돌아보고, 기록하고 체크하는 습관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인생을 만들어 나가야겠다. 아내의 잔소리를 듣지 않는 그날까지 열심히 습관화 해야겠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