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생 살면서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누구인가. 아마도 나와 결혼을 하고 평생을 함께 사는 배우자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부모님은 내가 선택할 수 없지만, 나의 반려자는 나의 선택에 의해 결정된다. 결혼은 세상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선택의 순간이 아닌가. 한 번의 선택으로 죽을 때까지 서로를 위해 주면서 50,60년 부부로 장수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말 보기 좋다. 올해 결혼 31주년이 되었다. 짧은 연애기간을 마치고 결혼을 하여 전후방 각지를 이삿짐을 싸기를 여러 번, 그동안 두 아이를 낳아 키웠다. 이젠 아이들도 자라 결혼할 당시의 내 나이보다 더 자랐다. 아이들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각자의 길을 가야 할 때가 되었다. 결혼이야 말로 진정한 자립이고 독립이다. 부모는 좋은 짝을 만나 길을 떠나는 뒷모습을 힘차게 응원하는 일 밖에는 없다. 그저 잘 살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은 홀가분하면서도 착잡한 마음일 것이다. 오월의 푸르름이 더해가는 오월의 끝자락에 친구 딸의 결혼식에 다녀왔다. 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새 출발을 하는 새내기 부부의 모습이 무척이나 싱그럽게 보였다. 꼭 오월을 닮아 있었다.
늠름하게 입장하는 신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신부, 휘영 찰랑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많은 하객들의 축하를 받으며 입장했다. 먼저 양가 어머니들이 고은 한복을 차려입고 입장하여 촛불을 밝혀 놓으면, 포부도 당당한 신랑이 입장을 한다. 그 뒤에 세상에서 가장 예쁘고 아름다운 신부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아빠와 손을 잡고 입장한다. 아빠는 젊은 남자에게 딸을 인계하고, 우리 딸을 잘 부탁한다는 짧은 인사를 나누고 돌아선다. 그 후 주례가 없이 신랑신부의 편지 낭독, 신부 아버지의 덕담으로 이어졌다. 딸을 키우는 나로서는 눈물이 나올 법도 한데, 반대로 아들을 한 명 얻었다고 기뻐하는 친구의 모습을 보며, 결혼의 풍경이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밝은 얼굴로 담담하게 덕담을 건네는 친구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요즘 결혼은 딸을 시집을 보낸다는 것보다는, 듬직한 아들을 한 명 얻었다는 표현이 지나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결혼 문화도 많이 변했다. 자녀를 많이 낳지 않는 시대에 아들보다는 딸과 가까이 지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시댁보다는 친정이 가까운 시대가 된 것이다. 여자들의 발언권이 강해지면서 세상은 모계사회로 가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떤 모습으로 변해가든 서로 힘을 합쳐, 험난한 세상을 아름답게 사랑하며 살아갔으면 하는 것이, 모든 부모의 바람 일 것이다. 결혼을 하고도 부모와 가까이 살면서 자주 만나 소통하고, 서로 즐겁게 살아가는 모습이 참 부럽기만 하다. 멀리 떨어져 서로 외롭게 사는 것은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네 인생살이가 참 길은 것 같으면서도, 돌아보면 정말 짧은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가족이 가까운 곳에 살면서 서로 챙겨주고 사랑을 나누며, 함께 사는 모습이 진정 행복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산다는 것은 외로운을 견디는 일이다. 혼자서 산다는 것은 외롭다. 힘들고 어러운 세상을 넘어지지 않게 서로 부측이며 사는 것이 사람이다. 사람인(人) 자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다. 무엇보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기대어 의지하고, 버팀목이 되어 가며 올바르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살다 보니 기쁘고 좋은 일들은 순간이고, 참고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의 순간들이 대부분이라는 것을 느낀다. 그 힘든 과정을 참고 이겨내는 것이 삶이다. 그 참고 견디어 내는 삶 속에서 우리는 더 성장하고 성숙되어 가는 것이 아닐까. 한 쌍의 새내기 부부를 보며 앞날에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기원해 본다. 조만간 우리 아이들도 자기 짝을 찾아 떠날 것이다.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에 둥지를 틀었으면 하는 아빠의 바람이다. 오월의 싱그러움이 너무나 아름다운 계절이다. 탐스런 장미꽃이 한창이다. 오월은 가도 내년에 다시 오겠지만, 우리 인생에서 이런 아름답고 싱그런 계절은 두 번 다시 오지 않는다. 그러기에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오늘을 즐기는 일에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