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역할은 끝이 없나 보다. 내가 사랑으로 낳은 자식은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오르지 걱정하고 마음 졸이는 것이 부모라는 생각이 든다. 잘 나든 못나든 내 자식이다. 요즘은 작은아이가 취업을 하고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시험준비를 할 때는 집안 한쪽 방에서 하루의 대부분 시간을 공부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날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있는 집안의 아이들은 서울 노량진 공무원 학원으로 유학을 보낸다는데... 혼자서 외부와의 연락도 끊은 채 공부를 하는 모습에 미안한 마음도 들었다. 조금은 불안한 미래를 그래도 혼자서 온전히 잘 헤처 나가는 모습이 대견스럽게 보였다. 국가직 공무원시험에 아깝게 떨어지고 나서, 피셋이 없는 지방직 시험으로 옮겼다. 그래도 마음을 다 잡고 집중하는 모습에 너무 감사했다. 나와 아내는 모든 것을 작은아이에게 집중했다. 특히 아내는 작은아이가 공부에만 집중할 수 있게 집안 분위기를 만들어 주었다. 먹는 것 자는 것조차 작은아이의 스케줄에 맞추어 생활했다. 그런 아내를 보며 너무나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에게는 아버지의 사랑보다 어머니의 모정이 더 깊고 끝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아내는 하나에서 열까지 자식에 대한 문제에 대해서는 열과 성의를 다한다. 조금은 아이에게 시간을 주라고 말하지만, 아내의 지나친 사랑이 잘못하면 간섭이 될 수 있기에, 적당히 하라고 조언하곤 한다. 그러나 작은아이는 조그만 일이 있어도 아내와 밤새도록 대화를 하는 모습에서, 역시 아빠보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가끔은 아빠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아빠는 한 집안의 가장이다. 아빠라는 존재는 말없이 흔들림 없이 가장의 자리를 잘 지킬 때 그 이름이 빛나는 것 같다. 가끔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난 집안을 볼 때면,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을 보았다. 있을 때는 잘 모르나, 없으면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지는 것이 아빠의 자리, 가장의 자리다. 특히 아빠가 집안의 경제력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아빠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경제력이 뒷받침이 안되면 온 집안의 구성원들이 먹기 살기 위해 산업전선에 뛰어들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은 부모의 품 안에서, 각자 가진 달란트 대로 열심히 자기의 길을 가고 있어 아빠로서 너무 다행이고 행복하다. 12월 1일부로 임용을 하여 첫 출근을 한지 일주일이 지났다. 생애 첫 봉급을 받는다고 한다. 너무 기뻐하는 모습에 나도 기분이 좋았다. 작은 아이가 홀로 온전히 서서 사회의 일원으로 제 역할을 다 할 수 있도록 아내와 나는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근무지가 발령이 나자 아이가 살 집을 얻어야 했다. 인터넷으로 이곳저곳을 알아보고, 현장에 있는 부동산을 찾아 어렵게 집을 구했다. 지방이라 저렴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월세가 만만치 않았다. 가격이 저렴한 곳은 조건이 좋지 않고, 조건이 좋은 곳은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가격이 나가더라도 안전하고 출퇴근과 생활 여건이 좋은 곳으로 정해 주었다. 적은 월급으로 월세를 내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다음은 출퇴근이 가능하도록 차량을 준비해 주는 일이었다. 아내의 차를 당분간 타라고 깨끗이 정비를 해서 보내 주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피스텔 주차타워에 SUV차량은 주차가 되지 않았다. 주차가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최대한 빨리 나오는 차량으로 재주문을 했다. 보통 3개월은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운이 좋아서 인지 주문한 차를 취소한 분이 있어 바로 차를 인수받을 수 있었다.
새 차를 받고 일주일 간은 내가 출퇴근 시에 시승을 했다. 역시 새 차는 좋았다. 여러 가지 안전사항과 생애 첫차를 안전하게 탈 수 있도록 배려해서 준비했다. 주말이 되어 퇴근과 동시에 아이가 근무하는 곳으로 갔다. 작은아이는 새 차에 너무 기뻐하는 모습에 아빠로서, 책임을 다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차량 조작법을 간단히 가르쳐 주고, 아이가 바로 운전을 해서 집으로 갔다. 초보 운전에 긴장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바로 적응하며 제법 운전을 해서 집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주차타워에도 가볍게 주차하는 모습을 보며 흐뭇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가 따듯한 저녁을 준비해 놓아 맛있는 저녁시간을 가졌다. 이제 남은 것은 운전을 숙달하는 문제였다. 다음날 아침부터 하루 종일 운전을 했다. 시내도로에서, 고속도로, 국도까지 나는 조수석에 타서 하루를 보냈다. 이젠 제법 운전을 하는 모습을 보니 불안하지만, 그래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운전은 늘 자만하지 말고, 상대방을 배려하며 과속하지 말 것을 신신당부를 했다. 홀로 선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래도 부모가 있어 홀로 설 수 있게 준비해 줄 수 있어 너무 행복하다. 이제부터는 모든 것이 작은아이가 할 일만 남았다. 학교에 같이 근무하는 분들과 즐겁고 보람있에 근무하며, 멋진 인생을 펼쳐 가기를 마음을 다해 기원하며 아내와 나는 집으로 돌아왔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