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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생활

by 하모남


한평생을 살면서 인생의 황금기는 언제인가. 나는 오늘, 지금, 현재라고 늘 생각하며 살고 있다. 현재를 Present라고 말하는 서양 사람들을 보더라도 현재는 우리에게 분명 선물인 것은 확실하다. 요즘 백세시대에 인생 100년을 살아 본 우리나라 철학 1세대의 김형석 교수에게, 인생 황금기가 언제냐고 물으니, 정년퇴직을 한 60세부터 75세까지 약 15년이 인생의 황금기였다고 말하고 있다. 그때는 자녀들이 다 성장하여 독립을 할 시기이고, 오르지 자기 자신만이 남을 때다. 또한 아직 건강도 허락하고, 하고 싶은 어떤 일도 할 수 있는 체력도 뒷받침이 된다. 또한 경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어, 돈에 구애를 받지 않는 나이라는 것이다. 그분 말씀대로면 나의 인생 황금기는 몇 년 남았다. 그러나 나는 지금이 더 좋다. 50대는 인생의 가을의 길목에 들어서는 시기다. 봄과 여름에 최선을 다해 가꾸어 온 결실들을 차곡차곡 거두어들이는 시기다. 자녀들도 성장하여 각자의 인생길을 찾아 떠나고, 가정에는 오르시 아내와 단 둘이 남았다.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지금의 가정을 이루기 위해 30여 년을 그저 앞만 보고 노심초사하며 살아왔다.


이제 경제적으로나 마음적으로 여유가 생기는 시기가 되었다. 지금껏 무탈하게 잘 살아온 것에 늘 감사하며 살고 있다. 그래도 세상에 호기심이 많아, 하고 싶은 일들을 꾸준히 배우며, 시간을 누구보다 알뜰하게 살아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묵묵히 지지하고 지켜봐 주고 지원해 준 아내에게도 너무나 감사하다. 무엇인가 꾸준히 배우면서 나는 나를 알아갔다. 나는 늘 깨어있고 무엇인가 열심히 배우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한마디로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었다. 또한 무엇인가 꾸준히 도전하다 보면 나도 자연스럽게 그 분야의 일원이 되어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은 없다. 꾸준히 오늘 내가 무엇인가 하고 있을 때, 그것이 쌓이고 쌓여 나를 표현하는, 또 다른 도구가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래전에 오래된 사찰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곳에서 나는 한 곳에 눈이 멈추어졌다. 그것은 바로 처마 끝 아래에 있는 바위에 난 큰 구멍이었다. 오랜 세월 동안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진 물방울이 처마밑에 있는 큰 바위를 뚫은 것이 신기하면서도 가슴에 크게 감동으로 다가오는 순간이었다.


우리네 삶은 유한하다. 누구나 한번 왔다가는 인생길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은 각자의 선택에 달려있다. 각자의 선택은 존중되어야 하고 후회가 없어야 한다. 그러나 살다 보면 불평불만과 남과 비교하며 자기 자신의 선택과 삶에 후회하는 일들이 많다. 그것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누구나 행복하고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지만 쉬운 일은 아니다. 본인의 선택과 결정을 수시로 바꾸는 사람은 긴 인생길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살면서 항상 3,5,10의 법칙을 생각하며 살고 있다. 무엇에 도전을 하거나 배울 때는 이 법칙을 꼭 지키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일이든 취미생활이든 말이다. 하나에 도전하거나 공부를 시작하면 적어도 3년은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3년을 배우면 세상 어떤 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또한 5년을 꾸준히 하다 보면 남 앞에 나설 수 있게 된다. 또한 5년을 넘어 꾸준히 10년을 하다 보면 남을 가르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는 것이다. 즉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 있다. 인생황금기를 스스로 잘 지내기 위해서는 모든 것이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건강이나, 취미, 경제적인 것 등 모든 것들이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하나도 없다. 꾸준히 처마 끝에 낙수물처럼 느리지만 꾸준히 도전하고 배우고 익혀야 한다. 나 스스로 즐기기 위해서는 배부고 익히는 꾸준한 과정이 없으면 혼자 즐길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 사람의 평균수명은 84.3세라고 한다. 그러나 식단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90세를 넘어 백세를 사는 분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에 있다. 인생의 황금기를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것 또한 각자의 선택과 가치관에 달렸다. 그러나 그 시기에도 생계를 위해 하기 싫은 일을, 마지못해한다는 것은 실로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일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그 일로 보람을 얻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문제다. 이 모든 것을 수행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 뭐니 뭐니 해도 건강해야 한다. 건강하지 못해서는 아무것도 배우거나 익히는 것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선행조건이 건강이다. 건강 또한 꾸준함이 중요하다. 무슨 운동을 하든 자기의 체력에 맞는, 본인이 좋아하는 운동을 꾸준히 낙수물처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너튜브에서 91세 할머니가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 자전거 둘례길 234km를 완주하는 모습을 보았다. 너무나 건강하신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다. 나도 그분처럼 더 열심히 준비해야겠다. 준비된 미래는 행복의 연속이요, 준비되지 않은 미래는 불행의 연속이 아니던가. 준비는 지금, 오늘, 여기에서 하는 것이다. 오늘 선물을 기쁘고 즐겁게 맞이하고 미래를 준비하자. 선물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오늘이 행복해야 내일도 행복한 것이다. 오늘이 좋다. 내일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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