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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비된화살 Aug 17. 2023

어떻게 헤어지면 좋을까?

희한하게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꼭! 만난다.

   

지은선생님(가명)은

재작년 우리 어린이집 졸업생

어머니이다.

아이를 초등학교에 보내고

A 어린이집에 복직하여

다니고 있다.


그녀는 1달에 한번,

또는 2달에 한번 직장에서 생긴

일중 어려운 고민이 있으면

학부모의 관계가 아닌

교사입장으로

상담을 요청했다.



나름 고민에 대한 해답을 얻으려

노력하는 모습이 예뻐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몸부림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여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돕겠다는 마음으로

흔쾌히 허락하게 되었다.




그녀의 대화 패턴은 대략 이렇다.

간단한 안부를 한 두 마디 물은 뒤

곧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 놓는다.

대부분 원장이야기,

동료 교사이야기가 주류이고

그들의 성품, 분위기,

업무 대처능력 평가

등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대략적으로

마무리를 하는 듯하다가

처음으로 돌아가

원장이야기 동료이야기를

리플레이한다.




이야기를 들을 땐 충분히

상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끊지 않고 듣는 편이라

 “아 그랬어요, 아이고 저런”

그런 추임새를

넣을 뿐이다.


그의 심리적 갈증을 해소시키기 위해

그냥 그렇게 경청하고

리액션만 할 뿐이다.  


    

요점은 그렇다.

근무했던 곳에 사직서를 냈는데,

사직서가 수리 됐음에도 불구하고

원장은 휴일과 늦은 밤에 문자로

업무에 대해 묻고,

잠깐 출근해서 마무리 지어줄 수

 없냐고 했다는 것이다.

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더니



 “원장님 제가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난 조심스럽게 어머니는 어떻게

하고 싶냐고 물었다.


기다렸다는 듯이

난 그 원장을 도와주고 싶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새 직장에서 요구하는

서류도 떼러 가야 해서

사실 시간도 없다고 한다.


“그래요? 그럼 답은 나온 거 같은데요?

어머니가 도와주고 안 도와주고의

문제가 아니라  어머니는

시간이 없으시네요~ “


“네 맞아요~”


그럼 정중하게 도와드리고 싶으나

시간이 여의치 않아 어렵다고 말씀드리면

어떻겠냐며 말을 맺었다.


상담을 요청했지만

결국 그녀는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스스로와 소통(?)하여

그 답을 찾은듯하다.




그러나 나는 그 한 시 간여의

상담을 통해

갑자기 에너지가 바닥이 났다.

이렇게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건

의외로 많은 에너지가 소모된다.




상담을 마치며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해 봤다.


그 원장님께 커피 한잔 사들고 가서

도와 드릴게 뭘까요? 라며

혹시 도움드릴 일 있을 때

언제든 말씀해 면서

따뜻하고 평안하게 잘 마무리

할 수 있을까?


나는 안다.

자존심도 상할 거고,

나를 너무 이용해 먹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플 거라는 걸


그러나

그분을 위한 것이 아닌

나 스스로를 위해

그렇게 유종의 미를 거두려고

몸부림쳤을 거라는 걸




세상은 희한하게

안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을

! 다시

만나게 된다.


헤어질 땐 헤어지더라도

얼굴 붉히기보다

너그러움으로

마무리한다면...


쫌 그런가?




반백살을 훌쩍 넘겨서야

만남보다 헤어짐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바로소 알았다.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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