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요사이 부쩍 먹는 것에 욕심이 없다.
그런데 왜 명절만 되면 전 냄새가 나야 하고
갈비찜을 하고 그리고 굴비를 궈야 할까?
명절이 다가와 엄마에게 전활 할 때면 늘 하는 말이 있다.
엄마 아무것도 하지 마
내가 뭐 해갈게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주세요
엄마는 진작부터 무릎이 시려 그다지 단차 없는 문지방을 넘어설 때마다
거칠어진 손바닥으로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무릎을 감싸고 걷는다.
작년 설 명절의 이야기다.
설 휴일이 시작하는 날 새벽부터 나섰다.
새벽 다섯 시,
세수도 하지 않고 양치만 하고
살짝 물 묻혀 눈곱만 겨우 떼고 엄마네 집으로 향했다.
호기롭게 뭐라도 해가겠다는 얘기와는 다르게
마땅히 장도 못 봐뒀다.
다행히 교회 바자회에서 먹음직스럽게 포장된
모둠전 두팩을 구입해뒀다.
엄마네 집 근처 마트에 들러 이것저것 사가야겠다고 생각하고 도착하니
9시가 훌쩍 넘어 10시가 다 되어 간다.
할머니 우리 왔어요!!!
애교담당 딸내미가 할머니 품으로 파고든다.
내일 저녁때나 올려나 했는데
이번엔 빨리 왔다며 반기는 엄마는
그렇게 당황해했다.
"아이고 아무것도 못했는데...
이젠 어쩐지 간 맞추기가 점점 어렵네..."
고사리도 삶아서 담가두고
죽순도, 호박고지도 볶거나 무칠 수 있도록 양푼에 담아두셨다.
해동되지 않은 소고기는 싱크대에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엄마는 만두를 만들어 일찌감치 주변분들께 새해 인사를 했다고 하셨다.
그동안 만두를 만들어 얼리고 또 만들고 얼리고를 무한 반복한 듯했다.
설날 아침 예배를 드린 후,
아침밥을 먹고 가족끼리 한 마디씩 하는 시간이다.
엄마는 천천히 말씀하셨다.
"곰곰이...
나의 장례식을 준비하며
오는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할까? 하고
생각하고 편지를 썼어
난 이 말을 하고싶어"
(중략)
모두 감사합니다.
이후 일정이 있어 먼저 가야 하는 아들을 기차역으로 데려다줬다.
" 엄마! 난 할머니가 그거 읽으시는데 눈물이 나서 혼났어"
기차 시간을 기다리며 카페에서 차한잔을 마시던 아들은
따뜻한 카페라테 거품을 촛점잃은 눈으로 바라봤다.
엄마도...
그리고는 모두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멈췄다.
아니 못했다.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
그 죽음을 차곡차곡
감사로 준비하는 엄마의 삶을 통해
오늘 또 한 개의 감사를 배운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