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KTX로 갈까? 차를 가지고 갈까?를 몇 날 며칠 저울질하다가 은근 낯가림이 있어 타 지역에 가 길 잃은 애처럼 여기로 갈까 저리고 갈까? 초점 잃은 눈을 하고 있을 내가 뻔했다.
차를 가지고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은 1주일 전쯤, 아무래도 강의 후 다시 되돌아올걸 생각하니 자차로 부산에서 경기도까지... 가능할까?라는 자신감 하락이 갑작스러운 번아웃 오듯 번뜩 쿵하고 찾아와 <코레일톡>을 들어가 봤다.
그러나 예측대로 내 엉덩이 하나 얹어갈 자리는 없었다.
왜 우린 안된다고, 할 수 없다고 하면 더 아쉬운 후회로 간절해질까? 참 거시기 하다.
그렇게 좌석 예매 <마감>이라는 빨간 글씨가 나를 더욱 불안하게 했다.
그러나 어쩌겠나 내가 결정한 것을
강의 전날 금요일, 이른 점심을 먹고 출발했다. 강의장 근처 컨디션 좋아 보이는 호텔도 미리 예약했던 터라 초긍정마인드로 충분히 괜찮았다. 워낙 운전하는 것도 좋아하니 답답한 사무실에 있지 않고 겨울 풍경을 보며 가는 것만 해도 적절히 설렜다. 부산 도착 200km를 앞두고 휴게소에 들러 어묵바를 먹는 것으로 나름 세웠던 미션도 클리어했다.
드디어 in부산이다.
8년 전인가? 아들 군복무 전, 가족과 여행 한번 가자고 하여 왔던 곳이었다.
아마도 송도에서 해상케이블카도 탔었고, 자갈치시장에 들러 싱싱한 회도 한 접시 먹었던 기억이 났다.
살짝 아쉬운 건 젊디 젊었던 시절,
부산 사나이 한번 사귀어보지 않아 추억 플러스 할 것이 없음이 안타까울 뿐
먼저 강의 장소를 돌아본 뒤, 숙소에 짐을 푸니 이미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오후 7시도 안 됐는데 밤이 아닌데 밤이다.
이것저것 내일 일정을 준비하고 12시쯤 겨우 잠자리에 들었다.
퍼뜩 눈을 뜨니 새벽 5시다.
잠을 더 자기엔 글러버린 거 같고, 부산까지 왔는데 일만 하고 가기엔 왠지 억울했다.
천천히 여유 있는 아침을 준비하며 체크아웃을 하고 근처 광안리해수욕장을 다녀오는 걸로 억울함을 만회하기로 했다.
낯선 지역의 거리를 슬슬 탐색하며 운전을 했다. 호텔 1층 로비에 서비스로 있던 커피 맛이 정말... 안타까운 맛이었던 것이 다소 맘에 걸려 입을 삐죽 내밀고 있던 그때였다.
난 무엇을 본 것인가?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거리거리마다 은행나무들이 황금색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지난주 펑펑 내리붓는 어마어마한 대설을 난생처음으로 경험하며
'와 눈이 이렇게 무섭구나' 하는 2024년 첫눈을 몸소 체험하고 왔다. 분명 나는
부산은 가을이다.
그것도 가을의 중심이다.
난 다시 보고 또 봤다.
가을이 맞다.
분명 은행잎이었고, 그들이 바람에 우아하게 살랑거리다 땅에 떨어지며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걸 목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