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솜 Jul 16. 2024

별자리가 없는 사람

소소한 생이어도 괜찮아

자작詩.


내가 문을 열자 세상은 지독한

흑심으로 벅벅 칠해 있었다

어둠을 어둠으로 가리며 태어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다섯 손가락을 오롯이 뻗어 하염없이

눈앞을 문지르며 걸어갈 뿐 이었다


문득 나하나 사라진다고

뭣하나 마주할 일 없을 생각이 드니

질투가 났다


나는 별자리 하나 그릴 수 없는

조그맣고 유악한, 그림자의 그림자


변화하는 모든 것을 조목조목 기대하다

끝을 생각해 본 몇 달이었다

냉정에 빠져 차가워진 웅덩이에

기필코 내 머리를 담갔다


다시 눈을 뜬 날엔 미친 듯이 살고 싶었다

나의 그림자를 내가 걸었다 그 기억 속에 내가 있었다

초록색으로 덮인 나의 코드를 비스듬히 읽는다

그저 이 체계에 적힌 채 어딘가를 떠돌면 그만이다


이제 모든 걸 받아들일 거야

그래도 막연히 온순한 아이는 아니다

떠돌다가도 그냥 걸어가면 그만이다

작가의 이전글 필승! 오빠가 내게 준 고무신은 너무 커서 벗겨진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