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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8. 연말은 인사이동의 시즌

by 이바다



벌써 3주째 브런치를 발행하지 못했다.

'못했다'보다는 '안 했다'가 맞을 것 같기도 한 게, 사실 업무적으로는 그렇게 바쁘지 않았다.


그럼에도 브런치에 오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인사이동이었다.


으레 많은 회사가 그렇듯, 우리 회사도 연말연초라 인사이동이 있었다.

다만 지점이 많아서 어느 지역으로 갈지 예측할 수도 없다는 점이 우리 회사의 단점.


"바다님 이번에 어디로 가세요?"

"일단 00 부서 간다고 전화받긴 했는데, 아직 공고가 안 나와서 확실히는 모르겠어요."


지난 12월간 내가 지겹게도 들은 질문과 기계적으로 대꾸한 답이었다.






그렇게 떨리는 공고의 당일.

몇 시에 알려주겠다는 공표가 없어서 긴장하며 공지사항 창만 계속해서 새로고침을 해댔다.


그렇게 마주한 새로운 사무실.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곳으로 가라고 주어진 기간은 3일 남짓이어서

정말 정신없이 인수인계서를 작성하고, 그동안 잊고 있던 서명은 없는지 점검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15평 남짓의 방에 있던 짐마저도 마구 다이소 단프라 박스에 구겨 넣었다.



모든 게 새로운 곳에 내 자리가 생겼다.


처음 가보는 건물, 처음 마주하는 사람들, 거기에 맞춰 변화할 내 보금자리까지도 모두 새로운 지금이다.


낯선 사무실에 "안녕하세요 오늘부로 00 담당으로 일하게 된 이바다입니다."라고 인사를 나누고

건물 구조를 설명받으며 수많은 낯선 사람들과 인사를 하면 머릿속은 '여긴 어디 나는 누구'로 가득 차고

퇴근하고 저녁이 되면 아직은 낯선 곳을 나의 방으로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청소와 정리를 했다.




이제야 우리 사무실 사람들의 얼굴이 조금 익숙해졌고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나는 무슨 일을 하면 되는지 조금은 파악되었을 즈음

실장님이 물어보셨다.


"바다야, 너가 여기 온 지 지금 얼마나 됐지?"

"어, 2주 됐습니다."


라고 대답한 게 어제.

그렇게 대답하고 나니 이제 조금 적응한 것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지났다는 게 실감 났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흐른 건지



역시 벌써 세 번째지만, 첫 만남은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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