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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하면 하고 싶은

9. 정말로 퇴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by 이바다


브런치를 오랜만에 켰다. 그것도 새벽 세시에.

길고 긴 추석연휴가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는데 내 마음은 여전히 여기에 머물고 싶은지

아무리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질 않았던 것이 그 이유였다.


이것도 마지막 자유라면 자유이지 않을까 싶어 노트북을 꺼내 들었다.

무엇으로부터 마지막 자유냐 하면, 내 변화에 대해 말을 안 할 수가 없다.


1월에 마지막 글을 쓰고 달라진 나의 상황들.

첫 번째는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고,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다 달아 끝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아닌가. 아직 캄캄한 것 같기도 하고.. )

어찌 되었든 간에 신혼집 입주까지 85일이 남은 지금, 이렇게 새벽에 단독 행동을 하는 건 앞으로는 많이 어렵지 않을까 싶은 거다. 혼자 뒤척거리며 넷플릭스를 보는 일탈도 좋지만, 생산적인 일탈을 해보자 싶었다.


두 번째는 퇴사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것이다.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지만, 신청서를 제출할 수 있는 시기가 되었고 원하는 퇴사 일자를 작성해서 결재받아 문서를 인사과로 송부했다는 거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 문서를 마주하던 날, 갑자기 엄습하는 두려움이 있기도 했다. 이거 쓰면 나 진짜로 퇴사하나. 진짜 월급 없어지나. 하지만 그 두려움도 잠시,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려왔던가! 월급의 끊김에 대비하기 위해 해 왔던 노력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잠깐의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이게 얼마나 짜릿하던지.

고로 정말로 퇴사가 얼마 남지 않았다. (승인되지 않을 가능성은.. 잠시 머릿속에서 접어두기)

퇴사 후엔 시간이 금이지 않을까라고 또 미래를 예측해 보는 걱정쟁이였다. 그래서 지금처럼 마음 놓고 쉴 수 있을 때, 다음날 내 상태가 좀 메롱 이어도 괜찮을 때 이렇게 늦게까지 일탈을 즐겨보자는 거다.


고로 이런 두 가지 이유로, 지금 이 글은 나의 일탈이다. 퇴사를 앞둔 자의 일탈!






갑자기 쓰고 싶은 게 있었다.


<버킷리스트>

그냥 다 떠나서, 내가 퇴사하면 하고 싶은 게 뭘까 생각해보고 싶었다.


히피펌

특이한 색으로 염색 (이미 탈색해 본 전적 있긴 하지만.. 갈색라인은 무효야)

귀 다시 뚫기 (옛날에 막힌 거 다시 뚫고 싶다)

갑자기 해외여행을 떠나기

해외에서 길게 살아보기

나카무라 or 이엔베뻬 등 전문 제빵과정 배우기

베이커로 취업하기

스타벅스 알바 (는 먼가 옛날부터 하고 싶었음 그냥)

케이크 과정 듣기

바리스타 자격증 따기

할머니 모시고 군항제 가기

엄마랑 부산여행 가기

아빠랑 등산 가기

이집트 스쿠버다이빙

새벽 수산시장 가보기

철학 독서모임 하기

경매장 10번 이상 가보기

블로그 애드포스트 수익 100만 원 달성

영어 개 잘하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서울 에어비앤비 잡고 술 마시면서 책 읽기 + 혼자 생각하는 시간 가지기

-> 이건 옛날부터 하고 싶었던 건데 1월부턴 의미 없네?

밴드 보컬로 무대 서보기 or 댄스팀으로 무대 서보기

-> 무대 맛 못 잊어.. 조명 주세요 조명..

버킷리스트 종이에 써서 벽에 붙이기

10킬로 마라톤 (아니 이건 원래 올해 하려고 한 건데 ㅠ)

내가 좋아하는 내 옷스타일 찾기

내 집 마련

가족회의 하는 가정 마련하기

남편과 꾸준히 운동 같이하기

쿠팡 납품

공장 차리기


<그 외 내가 이뤄보고 싶었던 것 중에 이룬 것들>


목돈 모아 보기

무작정 오븐사서 홈베이킹 시작

제빵자격증 취득

가고 싶은 빵집 일단 가보기

하이라이트 콘서트

페스티벌/워터밤/축제 (하이라이트 나와서,,)

클라이밍 강습 듣기

일하다가 갑자기 반차내고 클라이밍 하러 가기

블로그 시작하기

블로그로 협찬받기

블로그로 내 물건 팔아보기

친구들이랑 등산

등산 후 막걸리

혼자 해외여행

한강러닝

5킬로 마라톤

러닝 후 치맥

엄마 아빠랑 오마카세 가기

엄마 아빠랑 서핑 강습

엄마 아빠랑 스쿠버다이빙 강습

가족 호주여행

자동차 현금구매

독후감 공모전 지원 (광탈)

도서관에 심심할 때마다 가보기

북토크 가보기

단골카페 만들기

결혼하기 (곧 할 예정)

번지스윙

아프리카 여행

엄마랑 둘이 해외여행

혼자 영화 보기

혼자 노래방 가기 (수능 끝나고 혼자 4시간 동안 노래방 - 코노 말고 진짜 노래방 - 달림)





생각보다 하고 싶은 게 많네.. 보단

생각보다 한 게 많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도 감사하게 되네


그래 당장 인생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하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데

더 기대되는 인생을 사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까짓 거 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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