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8 여덟 번째 밤
#8 여덟 번째 밤_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
“아빠는 받고 싶은 선물이 있어요? 곧 크리스마스잖아요. 저는 레고 블록 받고 싶다고 산타할아버지에게 편지 쓸 거예요.”
“아빠는 별로 받고 싶은 게 없는데, 어쩌지.”
“왜요? 가지고 싶은 게 없어요?”
“응, 없어.”
아무리 생각해 봐도 특별히 가지고 싶은 게 없다. 좋은 집이나 자동차를 가지고 싶은 욕심은 처음부터 없었다. 소소한 바람을 충족할 만큼의 돈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어쩌다 가족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먹고, 때때로 읽고 싶은 책을 사고, 간혹 멋진 카페에서 맛있는 커피를 마실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충분한 여유이다.
생각해 보면 나는 이미 세상과 너무 많이 타협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불가능한 꿈을 꾸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새삼 고민이 된다. 가지고 있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 가지고 싶은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 본다. 아무래도 거리가 너무 멀게 느껴진다.
산타클로스에게 무엇을 부탁해야 할까? 나 같은 사람에게도 기회가 있는 걸까? 크리스마스 선물은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력한 자에게만 허락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산타를 믿지 않는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난 자격이 없다.
“아빠는 그냥 다른 사람에게 양보할래. 올해는 받을 자격이 없는 것 같아. 아빠 대신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받았으면 좋겠어.”
“그것도 받고 싶은 거니까, 아빠도 같이 편지 써요.”
“그런가? 그래, 그거라도 최선을 다해야겠다.”
‘행복해지고 싶다’라는 목표는 쉽게 타협하고 만다. 상황에 맞춰 행복의 기준을 조정하면 그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에 도움이 되고 싶다’라는 목표는 타협이 불가능하다. 그건 자기만족을 넘어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아야 하는 일이니까.
달리 생각하니 필요한 것이 너무 많다. 어쩌겠는가. 편지를 다시 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