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해야 한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50
#50 쉰 번째 밤_최선을 다해야 한다
"율아, 힘들면 그만해도 괜찮아."
"괜찮아요, 아빠."
"그렇게 열심히 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하잖아요."
"최선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스스로 선택한 일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아빠가 그러셨잖아요."
"(...) 그래, 아빠가 그랬지."
나는 어쩌자고 그런 말을 뱉어버린 것일까? 별다른 고민 없이 그저 그럴듯한 말을 뱉어버린 게 아닐까? 내심 걱정이 된다. 언제였는지, 어떤 이유에서 그런 말을 한 건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지금껏 내가 이루지 못한 것을 아이에게 바라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건, 무책임한 강요일 뿐이다.
나는 고백의 말을 기록해야 한다.
"그래도 힘들면..."
"제가 한다고 했으니까 끝까지 하고 싶어요."
돌아보면, 나는 단 한 번도 죽을힘을 다해 살아본 적이 없다. 언제나 적당히 견딜만한 상황을 마주했고, 작은 노력에도 적당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입시도 취업도 연애도 어쩌면 모든 일이 그랬을지도 모른다.
고만고만한 삶을 위안하기에 적당한 믿음과 논리가 있었고,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세상은 적응하고 살기에 적당했다. 모든 것이 적당했다.
"아빠, 저는 '최선을 다한다'는 말이 좋아요. 그러고 싶어요."
한껏 상기된 얼굴로, 숨을 헐떡이며 아이는 다시 달려간다. 아이의 뒷모습이 차츰 빛으로 채워진다.
아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이렇게 살아도 좋은 건지 자문한다. 차이를 핑계 삼아 스스로의 한계를 정하고 너무 애쓰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고, ‘괜찮아, 괜찮아’ 다독이는 세태에 물들어버린 것은 아닌지 묻고 또 묻는다.
부끄럽다. 바닥에 주저앉아 지는 해를 바라본다. 붉어진 얼굴 위로 그늘이 드린다. 실패하는 것보다 간절함을 배우지 못한 채 생이 소모되어 간다는 사실이 두렵다. 최선이라는 말의 무게를 생각한다. 얼마나 무거웠을까.
나는 최선을 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