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어제의 단상_#19
#19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나는 침묵과 정적을 싫어한다. 질문과 대답 사이에 끼인 침묵의 틈을 견디지 못하며, 어둠의 정적이 무서워 밤새 음악 소리를 켜둔다.
늦은 밤 휴대전화의 전원이 꺼졌나 보다. 정적에 놀라 잠이 깬다. 충전기를 찾아 일어서려는 순간 윙, 웅, 삭, 삐. 정체불명의 소리들이 이어폰을 비집고 들어온다.
윙, 웅, 삭, 삐, 윙, 웅, 삭, 삐, 윙, 웅, 삭, 삐.
2초, 1초, 2초, 3초. 몽롱한 정신에도 귀는 필사적으로 반복과 규칙을 찾고 있다. 불규칙한 소리들이 어느새 음악으로 들린다.
다시 자리에 누워 정적에 대해 생각한다. 어느새 호흡은 안정되어 있다. 들숨과 날숨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5초 간격으로 일정하다.
'나는 아직 완전한 정적을 경험한 적이 없구나. 살아 숨 쉬니.'
눈을 감으면 소리가 들린다.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 숨소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