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눈물
나는 눈물을 싫어했다. 지금도 때론 '눈물로 해결되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눈물 뒤로 숨지 마'라고 차갑게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이 가져오는 카타르시스, 그런 묘한 해방감이 왠지 싫었다.
아직도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눈물이 우리 삶에 소중한 형식임을 깨닫고 있다. 지난 30년 동안 흘린 눈물보다 최근 몇 달 동안 흘린 눈물이 더 많을지도 모르겠다. 역시 경험보다 좋은 배움은 없다.
내면의 슬픔이 눈물로 위로받지 못할 때, 마음속의 공허함은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없다. 우울이란 그러한 공허함의 결과일지도 모르겠다. 거기에서 방향을 잃은 미움이 싹트기도 할 것이다. 세상과 사회와 주변인을 거쳐 끝내 자신을 향하는 분노의 연쇄.
그러므로 눈물은 분노의 노예가 되지 않기 위한 최소의 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