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괜찮을 필요는 없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10 열 번째 밤

by 샘비

#10 열 번째 밤_모든 것이 괜찮을 필요는 없다


녹녹한 하루가 끝나간다. 황혼의 거리를 달려 집으로 돌아온다. 현관문을 열며 작은 목소리로 되뇐다.


“오늘 하루도 잘 버텼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도 괜찮아. 뒷걸음질 쳐도 괜찮아.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이대로 살아남을 테니까. 어떻게든 끝까지 살아남을 테니까.”


나는 항상 주눅이 들어 있는 아이였다. 잘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무언가 채워지지 않은 채로 성장했다. 잘하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고, 좋아하는 것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 내내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다른 누군가를 미워하지도 욕망하지도 않았다. 그저 시간이 빨리 흘러가기만 바랐다.


어느 누구도 내게 그런 삶을 강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 삶의 무게를 되도록 무겁게 느끼고 싶었다. 내게 주어진 삶이 너무 무거워 지금 빨리 달리지 못하는 거라고, 더 멀리 날지 못하는 거라고 여기고 싶었던 것이다. 저주에 걸린 것처럼.


“아빠는 오늘 하루가 어땠어요?”

“왜? 무슨 일 있었어?”


“아니요. 아빠 얼굴이 좋아 보이지 않아서요.”

“율이는 학교 잘 다녀왔니? 재미있었어?”


“네. 좋았어요.”

“아빠는 그냥 그랬어. 어제 같은 오늘이었어.”


불행의 키 재기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 세상에는 아무리 발버둥 쳐도 미치지 못하는 일이 있듯이 아무리 노력해도 자기를 살리지 못하는 사람도 있나 보다.


누군가에게는 모든 것이 패배자의 변명으로 들릴지도 모르겠다. 맞다. 변명이다. 하지만 변명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면 뭐가 달라질까.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


구차한 자기변명이라도 괜찮다. 스스로를 납득시킬 수 있다면,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해도 괜찮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라는 환상은 버려도 좋다. 뒷걸음질 쳐도 괜찮다.


삶에는 타협이 필요하다. 살아남기 위해 타협이 필요할 때는 그것이 무엇이든 망설이지 않아도 된다. 모든 것이 괜찮을 필요는 없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살아남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으니까. 살아만 있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다.


“그래도 좋았어. 하루만큼 시간이 흘렀잖아. 그거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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