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_0과 1 사이
논증에 관한 설명을 하다 셰인 스노의 <스마트컷>에 나오는 '누구를 태울까'라는 질문을 해보았다.
"여러분은 폭풍우가 몰아치는 날 자동차 운전을 하다 길가에서 비를 맞고 있는 세 사람을 발견합니다. 한 명은 쓰러질 듯 위태해 보이는 할머니이고, 다른 한 명은 과거에 내 목숨을 구해준 적이 있는 친한 친구이며, 나머지 한 명은 한평생 꿈꾸어 오던 이상형입니다. 한 명만 태울 수 있다면 누구를 태우겠습니까?
(...)
한 학생이 답했다.
"이상형을 선택하겠습니다."
'이상형'을 선택한다면 그 타당성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지를 다시 물었다.
잠시 후 다른 학생이 답했다.
"살면서 이상형을 만날 확률은 285,000분의 1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저는 이상형을 선택하겠습니다. 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습니다."
웃으며 나는 말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할 확률은 60억 분의 1이라고 합니다. 믿기 어려운 확률이겠지만, 그 사랑이 이루어질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네요."
(...)
"그래도 그 선택을 응원하겠습니다. 가늠하기 어려운 숫자이지만 어차피 0과 1 사이에 놓인 숫자라 생각하면 선택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확률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이 확률 안에는 얼마나 많은 삶이 잠들어 있는 것일까. 한 사람을 향한 열망과 절망이, 웃음과 눈물이 그리고 그 뒤에 얼마나 놀라운 진실이 잠들어 있는 것일까.
어차피 0이거나 1일뿐인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