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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비 Jul 24. 2023

나를 너로 가득 채우는 생일

대화의 즐거움_#40

#40_나를 너로 가득 채우는 생일


"아빠, 이번 할아버지 생신 때 뭐 먹으러 가요?"

"그건 할아버지께 여쭤보고 결정해야겠지."


"그냥 '아무거나' 하실 텐데요."

"가족들 신경 쓰시는 거지."


"이번에는 안 그러셨으면 좋겠다."

"그래도 그러실 것 같아요."


(...)


"아빠는 다음 달 생신 때 뭐 드시고 싶으세요?"

"글세 아무거나. 율이는 뭐 고 싶은 거 없어?"


"아빠 생일이잖아요. 아빠도 할아버지처럼 항상 '아무거나' 그러세요."

"그런데 아빠는 정말 먹고 싶은 게 없는데, 누굴 배려해서가 아니라 요즘 입맛이 없어서 다 별로라서. 꼭 뭘 먹어야 되니. 그냥 조용히 넘어가자."


"(소리 높여) 아.니.요."

"왜 래? 그러면?"


"저는 할아버지 댁 근처에 있는 ○○소갈비에 가고 싶어요."

"그럴 줄 알았다.^^"


"율아, 주변 사람에 맞춰 원하는 것을 바꾸다 보면 언젠가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잊어버리게 돼. 바람을 잊어버리면 자기를 잃어버리게 되니까."

"항상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욕심이 중요하다고."


"그래도 어떤 사람에게는 양보와 배려가 사랑이야. 나를 너로 가득 채우는. 때론 그런 마음도 필요해."


(...)


"저도 아빠께서 거기를 가고 싶을 거라고 생각해서 그렇게 말한 거예요. 제 속에 아빠를 가득 채워서."

"날이 갈수록... 입에 날개를 달았구나."



"여보, 저 아이에게도 한 그릇 줍시다"

강 씨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쉿, 그런 말 말아요. 쟤는 안 먹어도 배가 부르는 법을 배우는 거라오"

- 김병규, <백 번째 손님>, 세상모든책, 2003, 28쪽.


동화 <백 번째 손님>의 마지막에 나오는 내용이다. 


나는 언제 처음으로 "안 먹어도 배가 부르는 법"을 배웠을까. 어린 시절의 기억을 되짚어 보지만 주변을 살피지 않고 내 배를 채우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부끄러운 모습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아이에게 바람과 욕심을 잊어버리면 결국 자신의 잃게 된다고 이야기해 왔다. 이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의 몫을 '기꺼이(마음속으로 은근히 기쁘게)' 내어주는 마음을 가르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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