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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샘비 Jul 10. 2023

숙제는 쉬운 것부터

대화의 즐거움_#39

#39_숙제는 쉬운 것부터


"아빠, <불편한 편의점> 2권 먼저 읽으실래요? 지난번에 1권 재밌다고 하셨잖아요."

"아니, 괜찮아. 아빠는 1권으로 충분해."


"왜요?"

"사람들이 숙제하는 거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


"... ? ..."

"1권 읽다 보니 아빠가 미뤄둔 숙제가 자꾸 생각나더라고 그래서 읽으면 마음이 무거워질 것 같아서."


"아빠 숙제는 뭐예요?"

"그게... 뒤죽박죽이라 잘 모르겠네. 뭘 먼저 해결해야 할지, 뭐가 더 중요한지."


"지금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를 찾는 게 숙제일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옛날에 그러셨잖아요. 사람은 살면서 계속 숙제를 해야 한다고, 그래야지 다음에 더 어려운 숙제를 할 수 있게 된다고."


"그랬나, 아빠가."

"그러니까 숙제는 쉬운 것부터 하나씩 해결하는 거예요."


"쉬운 것부터... 그래. 쉬운 것부터."

"저는 오늘 우리 동네 지도 만들기 숙제하고, 밀크티랑 리딩게이트도 하고, 수학 문제집도 풀고, 독서 멘토링 숙제까지 해야 해요."


"그럼 우리 각자 숙제하러 가자. 아들, 파이팅!"

"아빠, 저는 알 것 같아요."


"뭘?"

"아빠 숙제요."


"... ? ..."

"저를 잘 키우는 거요."


"(그래. 잘 키워줄게. 그 숙제는 어려워도 꼭 할게.)"


오늘치 숙제를 끝내고 불편한 편의점 2권을 읽었다. (아이와 공감하기 위해서는 좋든 싫든 읽어야 한다.) 일상적 판타지라 해야 할지, 판타지적 일상이라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1권과 마찬가지로 재미있게 읽었다. 아이가 재미를 느끼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작품의 주제는 다음과 같은 말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며, 어떤 형태로든 삶은 계속되어야 하기에 우리는 용기를 내야 한다. 기적은 용기의 결과일 뿐이니.'


이 작품이 판타지라면 그 방점은 '기적'이 아니라 '용기'에 찍혀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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