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식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65
#예순다섯 번째 밤_각자의 방식
엊그제 아침 아이의 외증조할머님께서 돌아가셨다. 올해로 아흔아홉, 백 살에서 꼭 한 살 적은 아흔아홉 살이셨다.
아이에게는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내는 첫 경험이었다. 오전 7시 화장터에서 마지막으로 왕할머님과 이별을 하며 아이는 사진을 찍었다. 얼굴을 기억하고 싶다며 사진을 찍었다.
내 나이가 되었을 때, 아이는 오늘을 어떻게 기억할까? 그날이 궁금해지는 밤이다.
"율아, 장례식장... 생각했던 거랑 많이 다르지?"
"네, 모두 슬프고 속상해 할 것 같았는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라서."
"웃고 떠들고 그치?"
"네."
"아빠도 처음엔 그랬어."
"언제요?"
"꼭 율이만 할 때. 아빠의 큰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기억나세요?"
"응. 경주에 있는 병원이었는데 어둡고 시끄럽고... 슬픔이 끼어들 틈도 없이 뭔가 어수선했어."
"슬픔이 끼어들 틈도 없이."
"율아, 그래도 나쁘게 생각하지는 마."
"그렇게 생각 안 해요. 그런데 왜요?"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할머니와의 기억을 더듬고 있는 중이니까. 그렇게 슬픔을 삭히고 있는 중이니까."
삼십오 년이 흐른 지금도 나는 그날을 생생히 기억한다. 오가는 사람들로 어수선한 복도의 생김새, 울음소리와 웃음소리가 뒤섞인 식장의 공기, 모든 이의 옷에 깊이 베인 향냄새도.
죽음이란 존재의 형식이 달라지는 과정일 뿐이라지만 슬프지 않은 죽음이 어디 있겠는가. 할머님의 나이 아흔아홉. 아무도 호상이라는 철없는 말은 입에 올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