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20 스무 번째 밤
#20 스무 번째 밤_밤 산책
"아빠 처음으로 시를 썼어요. 이 시 어때요? 제목은 「밤 산책」이에요. 제가 읽어드릴게요."
자장면처럼 까만 밤에
엄마, 아빠와 함께 걷는 길
눈송이 같은 벚꽃이 좋아서
나는 토끼처럼 깡충깡충 뛰어다닌다.
새소리, 풀벌레 소리도 좋지만
엄마, 아빠와 함께 가는 게 가장 좋다.
"우와 정말 예쁜 시네. 너무 좋다. 장면이 살아있는 것처럼 그려지는 것 같아."
언젠가 ‘사랑이 뭘까?’라는 물음에 너는 ‘사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것’이라고 답했지. 그저 같은 말을 되풀이했을 뿐인데, 그 어떤 말보다도 쉽게 고개가 끄덕여졌던 것은 왜였을까.
이미 그것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었을까.
사랑을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거라 말하는, 아홉 살의 너는 이렇게 눈부시구나. 아무리 헤매어도 선명하게 찾을 수 없었던 시의 의미를 너는 이토록 쉽게 이야기하고 있구나. 오늘 같은 날은 내가 네가 되고 네가 내가 되는, 서정의 공동체를 꿈꿔도 좋지 않을까.
시가 세상의 빛을 위한 축문이며, 간절한 소망의 언어임을 다시 생각하는 밤이다.
돌아앉아 혼자서 되뇐다.
"아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무엇에도 구속되지 않는다는 말이야. 무엇인가에 사로잡히지 않으면 정말 순수하게 세상을 사랑할 수 있을 거야. 그게 아마도 오래전에 살았던 소박한 시인이겠지. 무엇에도 사로잡히지 않는, 그런 존재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