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사랑해야만 한다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21 스물한 번째 밤

by 샘비

#21 스물한 번째 밤_나는 나를 사랑해야만 한다


"아빠는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사랑해요?"

"아들은 어때? 아들은 세상에서 누구를 제일 사랑해?"


"저요. 저는 저를 제일 사랑해요. 그다음은 엄마, 아빠 똑같아요."

"그래. 자기를 제일 사랑해야지."


"그런데 기왕이면 ‘아빠, 엄마 똑같아요’라고 해주면 안 될까. 지금은 엄마 없잖아."

"아빠, 안 돼요. 엄마가 있든 없든 엄마, 아빠 똑같아요."


나는 아이에게 자기를 제일 사랑해야 한다고 가르쳤다. 자신보다 소중한 건 없으니 자기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야만 실패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는 적당한 이유와 함께.


하지만 나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나를 사랑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다른 이를 위한다는 핑계로 나의 선택을 쉽게 포기했으며, 나 자신을 다른 누군가와 끊임없이 비교했고, 내 삶의 가치를 가늠하기 위해 타인의 척도를 빌렸다. 자존감이 낮다고 해도 좋고 자기애가 없다고 해도 좋다.


나를 사랑한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아이의 말에 의무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나로서는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나이를 먹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듯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도 그런 것 같다.


내겐 아무도 나를 사랑해야 하는, 적당한 이유를 알려준 사람이 없었다.


"아빠, 오늘도 일하고 늦게 주무세요?"

"아마도 그럴 것 같은데."


"오늘은 일찍 주무세요. 아빠도 오래 사셔야죠. 자기 건강은 자기가 지켜야 해요."

"그래 알았어. 되도록 빨리 끝낼게."


"그런데 율아, 사랑이 뭘까?"

"사랑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사랑하는 거예요."


"그런데 아들, 주고받지 않는 사랑이 있을까?"

"아빠는 저에게 주기만 하잖아요."


"아니야. 아빠도 충분히 받고 있어."

"정말요?"


"그럼 당연하지."


"그런데 아들, 아빠는 아들을 제일 사랑하는데 아빠, 엄마로 바꿔주면 안 될까?"

"안 돼요. 아빠도 아빠를 제일 사랑해야 해요."


늦었지만,

나는 나를 사랑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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