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이유와 변명
"율아, 얼굴이 왜 어두워? 무슨 일 있었어?"
"그게요... 사실은 엄마한테 혼났어요."
"속상했겠다. 왜? 무슨 일이야?"
"그게 말이에요."
(...)
"그러려고 그런 게 아닌데, 저는 좋은 뜻으로 그런 건데, 그렇게 될 줄 몰랐어요."
"그래도 잘못한 거야."
"그래도 이유가 있잖아요. 좋은 뜻으로 한 거잖아요."
"알아."
"율아, 누구나 이유는 다 있어. 제 나름의 이유가 없는 일이 어디 있겠니."
"그래도 조금 억울해요."
"아빠도 알지. 네가 어떤 마음인지. 그래도 변명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변명인 거예요?"
"아빠 생각에는 변명인 것 같아. 이유와 변명의 거리는 별로 멀지 않아. 충고와 잔소리처럼"
"뭐가 다른 거예요?"
"율이는 지금 자기 잘못을 똑바로 보지 않고 감추려고만 하고 있잖아. 좋은 의도로 나쁜 결과를 감쌀 수는 없어."
"율아, 우리 변명 뒤에 숨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