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선택의 기쁨
"아빠, 제가 옛날이야기 해 줄까요?"
"그래, 좋아. 어떤 이야긴데?"
"옛날 어느 마을에 과일장수 아저씨가 살았어요. 그 아저씨는 시장에서 매일 과일을 팔았어요. 그런데 어느 날에 과일 하나가 붉게 반짝이고 있었어요. 그래서 그 과일을 임금님에게 바치기로 했어요. 임금님은 그 과일이 신비한 과일이라는 것을 금세 알아챘어요. 임금님은 그 아저씨에게 아주 큰 상을 내렸어요. 그래서 과일장수 아저씨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답니다."
"그럼 임금님은 어떻게 됐어?"
"임금님은 과일을 먹고 아주 튼튼해졌어요. 사실 그 임금님은 나이가 아주 많았거든요. 임금님은 젊어지고 힘도 세졌어요."
"젊어졌어? 그러면 임금님은 더 이상 늙지 않는 거야?"
"늙기는 하는데, 과일을 먹으면 다시 젊어져요."
"그 과일은 얼마나 커?"
"수박만큼 커요."
"그럼 율이는 그런 과일이 진짜 있으면 어떻게 하고 싶어?"
"그건 좀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아요. 그게 수박처럼 커도 우리 가족이 다 먹으려면 부족할 수도 있잖아요."
"부족하면 누구부터 주고 싶어?"
"율이랑 가장 가까운 사람이요."
"누구?"
"율이는 자기 자신과 제일 가까우니까 율이부터 주고 싶어요."
"그다음은 엄마, 아빠에게 줄 거예요."
"엄마부터 줄 거야, 아빠부터 줄 거야?"
"동시에 한 입씩 먹으면 되잖아요."
"에이, 지금은 엄마 없잖아. 아빠는 맨날 두 번째야."
"그런데 아들아 사람은 살다 보면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어. 그게 중요한 일이든 그렇지 않은 일이든, 그 대상이 아빠든 엄마든. 율이도 매일 선택하잖아. 어떤 책을 읽을지,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어떤 음식을 먹을지. 사람은 언제나 선택해야 해. 선택하지 않는 삶은 없어. 누구나 마찬가지야."
"그래도 저는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 어려워요. 제가 선택을 해서 누군가가 슬퍼질 수도 있고. 그런 게 좀 고민이 돼요."
"맞아. 누군가는 슬플 수도 있고 손해를 볼 수도 있어.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는 선택을 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매번 그러기는 어려워.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선택해야 하는 거야. 후회하지 않게."
"아빠, 선택은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런데 율아, 달리 보면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참 좋은 일이잖아. 내 앞에 여러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건 그만큼 가진 것이 많다는 뜻일 테니까. 힘들다고 하면 안 되는 거야. 기쁘고 감사하게 생각해야 해."
"저도 알아요. 무얼 가졌느냐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게 많아진다는 거. 예전에 아빠가 말해줬어요. 선택의 기쁨에 대해서."
"그래 기억나. 무언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건 참 기쁜 일이잖아."
"네."
"어릴 때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라는 질문을 받게 되잖아. 참 곤란한 질문이지만 사실은 아빠와 엄마 둘 중에 누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거잖아. 누군가에게는 그런 질문 자체가 상처가 될 수도 있는 거니까.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게 얼마나 슬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에, 고민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해야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