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유의 마음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27 스물일곱 번째 밤

by 샘비

#27 스물일곱 번째 밤_비유의 마음


"아빠, 왜 어른들은 저를 강아지라고 불러요? 저는 강아지가 아니잖아요."

"아직도 그렇게 불러주셔? 벌써 열 살인데."


"강아지처럼 귀여워서 그렇게 부르는 거잖아. 아빠는 좋은 거 같은데."

"그건 알아요. 그래도 그냥 귀엽다고 하면 안 되는 거예요? 어떨 때는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있어요."


A를 B라고 부르는 것을 우리는 비유 혹은 은유라고 배운다. A를 원관념이나 비유기의라고 부르고, B를 보조관념이나 비유기표라고 부른다. 은유가 비유라는 전체를 대신하는 부분으로 통용된다는 점에서 뭐라 부르든지 크게 상관은 없다.


비유는 흔히 인간의 언어 행위의 본질이라 일컬어진다. 확실히 그렇다. 비유를 통해 언어는 무한히 확장될 수 있으니까. 모든 언어에 깃든 의미들은 애초에 하나이지 않았을까. 잘 상상이 되지는 않지만 비유가 없다면 세상은 관념과 추상으로 가득 찰지도 모르겠다. 아주 건조한 세상일 것이다.


비유에는 어떤 마음이 깃들어 있는 것일까. 어린아이를 강아지나 고양이라고 부르는 마음은 대체 무엇일까.


"물론 너를 이렇게 저렇게 마음대로 부르는 게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거야. 그래도 그 속에는 네가 조금 더 좋은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지 않을까."


"좋은 세상이요?"

"동화 같은 세상 말이야. 어른들이 너를 강아지라고 부르는 건 동화에 나오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아닐까."


"사람이 말하면 동물이 대답하고 동물이 말하면 나무가 대답하는, 모든 생물이 어우러지는, 그런 동화 같은 세상이 있다면 모두가 행복하지 않을까. 아빠는 너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는 미심쩍은 표정으로 돌아눕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에는 경험을 통해 배워야 하는 것도 있으니까.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너에게 이런저런 이름표를 붙이는 건 너를 더 좋은 세상과 이어주려는 마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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