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가 오지 않으면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28 스물여덟 번째 밤

by 샘비

#28 스물여덟 번째 밤_전화가 오지 않으면


"아빠, 아무한테도 전화가 오지 않아요."

"아빠도 그래."


아이에게 휴대전화를 사주었습니다. 연락이 되지 않아 속을 태운 적이 몇 번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이에게 자기만의 시간이 생긴 것이겠지요. 그런데 이로부터 또 다른 걱정이 생겼습니다. 관계의 산물이 관계의 문제를 인식시킨 것입니다.


"아들, 왜 전화가 오지 않는지 알아?"

"아니요. 왜요?"


"걸지 않으니까."


저는 가까운 사람에게도 연락을 자주 하지 않습니다. 몇 달에 한 번이거나 해를 넘기기 일쑤입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으므로 언젠가 만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빚을 지고 있는 셈입니다. 빚이 늘어날수록 이자가 붙어 갚기가 더 어려워집니다. 지금은 완전히 파산 직전입니다. 아니 저의 인간관계는 이미 파산했는지도 모릅니다. 지인들에게 연락이 끊긴 지 오래입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자주 오면 좋겠어?"

"꼭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전화기를 뒤집어 둬."


그래도 쓸데없는 연락으로 그들의 고요를 깨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그들도 제 마음과 같을지도 모른다는 쪽에 내기를 걸어 봅니다. 피천득 시인의 수필에서 "학문하는 사람에게 고적은 따를 수밖에 없다. 혼자서 일하고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거의 전부이기에 일상생활의 가지가지의 환락을 잃어버리고 사람들과 소원해지게 된다"라는 문장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이 말에서 위안을 느낍니다. 다른 이의 말에 기대는 게 그리 좋은 습관은 아니겠지만, 그렇게라도 마음의 온기를 느낍니다.


"그래도 한 번씩은 전화가 오면 좋겠어요."

"전화가 오지 않으면 먼저 걸어 봐."


"걸면 다시 오게 되어 있으니까."


관계의 본질은 주고받음임을 생각합니다. 주고받음의 균형이 틀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내일은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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