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_#26 스물여섯 번째 밤
#26 스물여섯 번째 밤_하루의 시작
"아빠, 잠은 왜 자야 하는 거예요? 조금만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저는 잠들기 전에 이렇게 아빠와 누워서 이야기하는 게 참 좋아요."
"오늘도 늦게 일어났잖아. 내일 피곤하지 않겠어?"
"괜찮아요. 저는 어둠이 가고 밝음이 오는 게 너무 궁금해요. 잠을 자야만 오늘이 끝나는 거예요? 내일이 오는 걸 기다려보고 싶어요."
"그럼, 조금만 더 이야기할까?"
아이에게 밤을 지새운다는 건 어떤 의미였을까? 음식, 강아지, 여행, 책, 공부, 친구 …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겨우 아이를 재우고 내 자리로 돌아와 앉는다. 11시 30분. 오늘도 쉽게 잠이 들 것 같지는 않다. 불면의 밤이 길어지고 있다.
'글을 써볼까? 책을 좀 읽어볼까? 아니면 영화라도 볼까?'
그렇게 한참을 망설이다 산책을 나선다. 길고 긴 밤 산책을. 가로등 길을 따라 아파트 단지를 돌고 또 돈다. 길을 걸으며 길은 왜 '길들'이 될 수 없는지를 생각한다. 끝없이 이어져 있으니, 하나이기 때문이겠지. 그러다 나 역시 이 길처럼 세상과 하나로 이어진 유기적 생명체임을 되새긴다.
그렇다. 길은 그저 길일뿐이다. 둘이 될 수는 없다. 시작과 끝이 없으니 어디에서부터 발을 디뎌도 좋다. 아무데서나 길을 벗어나도 새로운 길이 열리고, 무심코 걸음을 멈추어도 그곳 역시 길이다. 유일한 진실은 길 위에 발을 딛고 있다는 사실뿐이다. 길은 흐른다. 그러니 길을 잃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길을 잃어도 괜찮다.
"아들, 잠이 하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잠을 자는 게 새로운 하루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어때?"
우리는 흔히 최선을 다해 하루를 살아내지 않았기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이라는 말을 하곤 한다. 나처럼 게으른 사람에게 이런 말은 아프다. 시간을 천천히 흘려보내고 싶은 욕심이 마치 죄인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잠은 하루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며, 잠의 무게는 일상의 무게보다 조금도 가볍지 않다고 믿고 싶다.
"아빠는 매일 밤을 새우잖아요. 그러면 아빠는 언제 하루를 시작하는 거예요?"
"그런가? 아빠의 하루는 계속되고 있는 건가."
끝없이 이어진 길처럼 시간도 흐른다. 모든 것은 이어져 흐른다. 그러니 멍하니 서 있다 시간에 떠내려가 버리지는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좋다. 시간을 잊어도 괜찮다. 그러니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조금 더 천천히 걸어도 좋다. 길은 이어지고 결국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