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은 왜 나쁜 거예요?

모든 건 너의 물음에서 시작되었다 #47

by 샘비

#47 마흔일곱 번째 밤_거짓말은 왜 나쁜 거예요?


어젯밤 아이가 물었다.


"아빠, 거짓말은 왜 나쁜 거예요?"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거짓말을 한 걸까?'

'어쩌면 그 반대일까?'

'몰라서 묻는 건 아닐 텐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여덟 살에도, 아홉 살에도, 열 살에도 물어본 적이 있다. 마흔한 살의 나와 마흔두 살의 나와 마흔세 살의 나는 아이에게 뭐라고 답을 했을까? 아쉽게도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는다. 한 해에 한 뼘씩 크는 아이의 키처럼 나의 답은 성장을 했을까? 그리고 나의 답은 어떻게 휘발되었을까?


'열한 살의 아이에게 거짓말이란 무엇일까?' 또한 '마흔네 살의 나의 답은 무엇이어야 할까?'


"아빠가 하루만 더 생각해보고 내일 밤에 이야기해도 될까?"

"네, 좋아요."


하루의 유예를 얻는다. 지금부터 나는 고민해야 한다.


<거짓말의 발명>(2009)이라는 영화가 있다. 거짓말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 그러니까 사실이 아닌 것을 상상할 수조차 없어서 오로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을 있는 그대로 말하는 가상의 세계를 배경으로 하여 찌질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퇴출 직전의 시나리오 작가 '마크 벨리슨'이 어느 날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내가 주목하는 점은 두 가지다. 한 가지는 거짓을 진실(?)로 포장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거짓이 필요하다는 것이고, 다른 한 가지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선한 거짓말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앞의 것이 거짓말의 부정적인 면이라면 뒤의 것은 긍정적인 면이라 할 수 있다.


'다 잘될 거야. 누군가를 만날 거고, 행복해질거야.'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곳으로 가실 거예요. 사랑했던 이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다시 젊어져서 걷고 뛰고 춤을 출 수도 있을 거예요. 고통도 없을 거예요. 사랑과 행복만 가득할 거예요. 저택에서 살게 될 거예요. 이 모든 게 영원할 거예요.'


여기에서 나를 망설이게 하는 것은 선한 거짓말의 존재이다. 영화에서 주인공 '마크'는 우울한 나날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하려는 이웃 청년 '프랭크'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그리고 죽음을 두려워하는 어머니를 위해 천국, 정확히는 사후세계의 존재를 이야기한다. 청년은 '마크'의 말에 살아갈 용기를 얻고, 어머니는 '마크'의 말을 믿고 편안하게 생을 마감한다.


이 세상에는 선한 거짓말과 악한 거짓말이 있다는 사실, 진실이 아닌 거짓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 앞에서 나는 주저한다. 아무래도 석연치 않다. 더구나 누군가에게 '선'이 누군가에게 '악'이 될 수 있으며, 지금의 '선'이 나중에 '악'이 될 수 있음을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마흔네 살의 나는 열한 살의 아이에게 유보도 조건도 없이 '거짓말은 나쁘다'라고 단순하게 말하고 싶다.


'프랭크'는 '마크'의 거짓말처럼 희망찬 미래를 맞이했을까? 아니면 '프랭크'의 절망은 잠시 연기된 것일 뿐일까? 그렇다면 '마크'의 거짓말은 선한 것일까, 악한 것일까? 의도와 결과의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쉽사리 단정하기 어렵다. 나를 위한 거짓말인가, 타인을 위한 거짓말인가? 선한 의도를 가진 거짓말인가, 악한 의도를 가진 거짓말인가? 그리고 거짓말에 의해 빚어진 결과는 선한가, 악한가? 이 혼란함은 2의 세제곱이라는 수학 공식으로 간단히 정리될 수 있는 것일까?


'부유하고 유명해지면 유전자가 바뀔 수 있어?'

'아니. 우리 애들은 뚱보에 들창코가 될 거야.'


영화에서 주인공 '마크'는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이용하여 부와 유명세를 얻지만 사랑을 얻는 데는 실패한다. 사랑하는 '애나'에게 차마 거짓말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마크'가 '애나'에게 거짓말을 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거짓말이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 뿐임을 깨달았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물론 영화는 '마크'가 '애나'에게 진심을 전함으로써 사랑을 이루는 것으로 끝이 난다. 결국 진실이 이긴다.


나의 고민은 여기까지다.


오늘 밤 아이가 다시 물었다.


"아빠, 거짓말은 왜 나쁜 거예요?"

"거짓말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니까. 그리고 결국에는 진실이 승리하니까."


나는 선한 거짓말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 나는 솔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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