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교사, 행복한 교사, 닮고싶은 교사
“공부하다가 하도 답답하여 문자를 드려봅니다.
문제를 푸는 것이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문제만 보면 남들처럼 쉽게 풀리지 않아 괴롭습니다.
어떨 때는 문제를 앞에 두고 머릿속이 하얘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이런 저 자신에게 너무 화가 납니다.
끈기 있게 매달리지 못해서일까요?
오늘은 결심하고 수학 문제를 잘 풀어보려 책상에 앉아
끙끙대면서 풀려고 안간힘을 써 보았습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지금… 어느새 새벽 4시가 되었군요.
공부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왜 저는 문제가 잘 안 풀릴까요?”
어느 고교생이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학생의 노력, 고민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바로 내 학생 이야기이기도 하다. 솔직히 우리 자신들의 삶의 문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 너도 나랑 같구나…
문제 해결은 왜 그렇게 어려운지…
고민하면서 지내기를 여러 번,
힘들고…지치고…너도 나랑 같구나……
그래도…참고 또 참고…
힘내자. ○○아,
또 연락하렴.”
교사 답장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학생 존중, 격려, 지지가 느껴진다. 누구는 말한다. 속 시원한 해결책을 준 것도 아닌데 이게 무슨 답변이냐고. 그런데 학생은 공부할 힘을 얻었다고 답장을 했다.
“감사합니다. 힘을 얻었어요!”
가슴이 뭉클해진다. 학생 마음이 치유되었다. 교사 답장에서 에너지를 받았다. 선배 교수님의 지도 사례다. 학교현장실습에 임할 제자들에게 교직 경험담을 전하신 내용 중 일부다. 그분은 교생 실습을 앞둔 예비 교사에게 학생을 대하는 교사의 태도, 학생과의 소통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으셨던 것이다. 함께 참석했던 내 마음속에 큰 울림을 남겨주셨다.
나는 이 감동과 배움을 간직하고 싶었다. 내 교육 일기장에 적어놓았다. 제목은 ‘학생의 마음 치유하기’다. 선배 교수님께 한 수 배웠다. 2012년에 쓴 일기를 다시 읽어 본다. 10년이 지난 지금에도 내 마음을 움직이고 있는 교육 사례다. 진한 감동을 10년 뒤에도 느낄 수 있다니. 기록의 힘이다. 이 감동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학생은 교사 말 한마디에서 치유받을 수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교사 말 한마디에 상처받기도 하는 존재다. 그래서 교사가 학생에게 하는 말은 중요하다.
우리 교실에는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생, 삶의 고민으로 힘들어하는 학생이 늘 있다. 우리는 이런 학생을 어떻게 대하는가? 학생이 내게 고민을 상담할 때 어떤 눈빛과 태도를 보이는가? 학생을 대하는 방식. 나는 이것이 교사 전문성 개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전공 지식 못지않게 중요하다. 물론 모든 학생을 다 받아주고 이해하자는 뜻은 아니다. 게으른 습관, 미루는 습관 등을 보여서 따끔히 지적을 받아야 하는 학생도 있다. 그런데 학생이 열심히 노력해도 공부가 잘 안 되는 때가 있을 수도 있음을 우리는 잘 안다. 우리도 그랬지 않았을까? 대부분 교사가 학창 시절에 경험했을 것이다. 개인 문제, 가정 문제, 기타 문제 등 다양한 이유로 힘들었던 때는 누구에게나 있다. 그때를 잘 넘겨야 한다.
그 시기를 헤쳐나오면 또 희망이 보이니까.
학생들은 한때 공부에 흥미가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런데 또 어떤 이유로 사그라들었던 흥미가 되살아나는 때도 있다. 갑작스러운 몰입의 순간이 오기도 한다. 개인마다 상황이 다르니 뭐라 정해놓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니 무작정 혼내고 지적하는 것보다는 이유를 묻고 상황을 아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한다.
학생의 마음을 치유하는 교사가 되려고 노력해보자.
학생은 자신의 처지를 들어줄 상대가 필요하다. 고민, 어려움을 있는 그대로 알아주는 사람이 있을 때 학생은 힘을 얻고 도약한다. 가정에서의 관심도 물론 중요하지만, 학교에서도 협력해야 한다. 교사가 힘을 보탤 수 있다. 특히 요즘 젊은이들은 힘들다. 진학, 취업 준비가 과거와 다르다. 현대 사회가 안고 있는 여러 스트레스에도 노출되어 있다. 앤 헬렌 피터슨의 책 『요즘 애들』에서는 요즘 세대가 열심히 공부해도 부모만큼 되기도 어려운 세대라 한다. 무기력과 불안이 그들 삶 전반에 깔린 배경음악이라 한다. 학생 마음 치유가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된다. 교사는 학생의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다.
가르치는 과목과 상관없이 모든 교사는 상담과 코칭, 퍼실리테이터 감각을 키우는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긍정적 자극과 적절한 코칭을 할 수 있는 교사가 되면 학생의 학습 지도가 훨씬 수월해진다. 방법은 학생, 상황, 수준 등에 따라 다르므로 교사도 꾸준한 실전 연습을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교사도 행하고, 되돌아보고, 반성하고, 개선하면서 달라지는 것 아닌가.
교사로서 성장을 원한다면 마음 공부에도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 심리학, 상담 분야에 마음을 열고 다가가 보자. 시간이 없다고? 여유 시간이 없는 것은 맞다. 따로 시간 내서 전문 교육을 받기에는 상황이 여의치 않다. 나는 유튜브에 소개된 심리학 관련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좋다고 생각한다. 주말에 가볍게 시중 교양서를 꾸준히 읽어본다면 금상첨화다. 그것만으로도 실전 연습 준비가 된다. 효과적이다. 하다 보면 흥미롭기도 해서 점점 상담과 코칭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다.
학생의 마음을 읽고, 보다 나은 길로 학생을 자연스럽게 이끄는 교사. 존경스럽다. 이러한 교사는 지식 교육에서 나아가 인간 교육을 실현하는 교사다. 학생에게 헌신하는 교사이자 배려와 봉사를 실천하는 교사다. 학생을 사랑하는 교사이며, 소통 기술을 끊임없이 연마하는 교사이다. 학생을 변화시키면서 자신도 성장하는 교사이자 학생과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교사다. 이런 교사가 성장하는 교사이자 행복한 교사다. 닮고 싶은 교사다. 우리가 그런 교사가 되어 보자. 지금부터 함께 해보면 어떨까. 사실 못할 것도 없지 않은가?
메세지 얻기: 유투브에서 학생심리상담에 관한 영상을 보고 마음에 새길 메세지 또는 새로운 배움에 대해 써 보아요.
저서 '교사라서 행복하세요?' 183-189쪽에서
(책을 쓴 계기를 작가가 직접 설명하는 영상입니다. 여기를 클릭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