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각

예전의 기억들과 아픈 기억들 아팠던 일들을 벗어던져 새로운 나로 변하겠다

by 이현건

봄 여름 가을 겨울 꾸준하게 시간과 계절은 흘러 지나간다.


나의 선생님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전환점을 만들어주신 어쩌면 지옥 밑바닥까지 들어가 있던 나를 구제해 주신 선생님과의 마지막 등굣길날 나는 평소보다 한 시간 더 일찍 등교했다. 담임 선생님에게 그동안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과 그리고 나라는 학생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 주신 것에 대한 감사를 전해 드리러 가고 있었다.


교무실문을 열고 나의 담임 선생님이 계신 곳으로 천천히 걸어가며 머릿속에서 그동안 있었던 추억들과 좋은 일들 재미난 일들 행복한 기억들이 피어나며 눈에서는 나도 모르게 선생님에게 가까워질수록 뿌옇게 안개가 낀 것처럼 잘 안 보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계시나요?"


떨리는 목소리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 차마 숨길 수 없는 표정을 애써 참았지만 선생님을 뵙는 순간 나의 행동들은 무의미 해졌다.


"선생님 진짜 정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진짜 힘들었는데 정말로 너무 힘들었는데 선생님 덕에 살고 싶단 마음이 들었어요.. 평생 선생님 기억하고 잊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선생님은 나를 지긋이 바라보시더니 이내 아무 말 없이 어깨를 토닥여주시며 말하셨다.


"선생님은 많은 제자들을 만나고 많은 제자들이 졸업하는 걸 바라봐왔단다. 그런데 선생님도 현건이만큼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구나 현건이처럼 자신을 포기하지 않고 책임감을 가진채 이겨내려는 모습에 이 선생님조차 감동을 받았거든."


선생님께서도 말씀을 하시는도 중 목소리가 조금씩 떨리셨던 것 같았다 선생님의 눈시울이 붉어지시며 제자 앞에서 선생이 울어선 안 되는 듯 꾹 참으며 말씀을 이어가셨다.


"현건아 네가 그동안 어떤 일이 있었든 무슨 일을 당했든 너에겐 소중한 부모님이 있고 너를 응원해 준 선생님도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언제든 힘들면 선생님께 연락하렴 물론 오늘 졸업이다 보니 더 이상 자주 볼순 없겠지?"


나는 선생님의 그 말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여 눈물을 닦으며 선생님의 말씀을 들었다.


"우리 현건이는 탈각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니? 벌레나 파충류가 껍질을 벗어던져 새로운 껍질을 만들어내 얻는 것이란다. 물론 그 과정이 정말로 아프고 힘든 일이지만 이내 그 과정이 지나면서 더 단단한 껍질을 얻는 것처럼 현건이도 나쁜 생각과 나쁜 마음 나쁜 상황들을 벗어던져 앞으로 좋은 사람들과 좋은 일을 하면서 너 자신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렴."


그렇게 선생님은 말하고 나선 나를 안아주시며 고생했다며 비록 좋은 선생님도 나쁜 선생님도 아닌 평범한 선생님 밑에서 배워줘서 고맙다는 말과 함께 졸업식 장으로 향하였다. 나는 인복이라는 미신 같은 것을 안 믿는 편이었었는데 정말로 인복이란 것이 있는 것 같다.



지금도 가끔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하다 보면 저의 은인인 담임선생님을 만나 뵙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그때마다 꼭 인사를 드리는데 만약 이 글을 읽으신다면 선생님 제자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부디 건강하시고 아픈 곳 없이 오래 장수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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