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건, 이야기의 내용
노벨 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에게 진심으로 축하의 말씀을 전한다.
물론 나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제대로 읽어본 적은 없다. 고등학생 때 서점에서 <채식주의자>라는 책을 우연히 한 번 읽어보다가, 그 당시에는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 가득해서, 조금 읽다가 덮은 기억이 있다. 이제는 한강 작가의 책들을 제대로 한 번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을 해본다.
오늘 써보고 싶은 것은 '이야기(말)의 힘'이다.
한강 작가의 인터뷰, 수상소감을 유튜브로 보고 있던 와중,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다. 나긋나긋한 말투, 조금은 작아 보일 수도 있는 목소리였지만, 귀로 들려오는 말에서는 강인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청자를 집중시키는 힘이 이런 것임을 새롭게 느꼈다.
한 마디, 한 단어에 담긴 언어의 또박또박한 생동감에 놀랐고, 담백함 속에 담긴 소중한 마음이 고스란히 다가왔다. 공식 석상에서 발표를 할 때는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다. '큰 목소리'는 '당당함'과 항상 연결되는 필요조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편견은 이 수상소감으로 인해 깨졌다. 한강 작가의 목소리는, 내가 생각한 보통 사람의 목소리보다는 작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어느샌가 그녀의 말에 꾹꾹 담긴 무언가에 집중하게 되었다. 빠져든다는 느낌이었다.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왜일까... 조금의 생각을 마친 나는, 말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내용'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은 때로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해 목소리의 데시벨을 높인다. 처절한 생존을 위한 싸움일 수도 있고, 이익의 획득을 위해서일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여러 경우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각박한 사회 속에서, 누군가는 목소리의 데시벨을 중요시하는 나머지, 목소리로부터 나오는 이야기의 내용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여럿 발생한다.
물론 큰 목소리를 깎아내리려는 것은 아니다. 나도 꽤나 큰 성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상적인 말일 수 있으나, 사람을 본질적으로 집중시킬 수 있는 건 이야기의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속이 텅텅 빈 큰 소리는 일시적인 주목을 끌 수 있으나, 효과는 그 순간뿐이다. 내용이 꽉 들어차 있다면, 사람들은 그 내용에 대해 자연스레 집중하게 된다. 마이크의 소리가 작을 때, 나의 목소리를 키우는 방법도 있지만, 주위 사람들이 귀를 더 기울일 수밖에 없는 힘 있는 내용을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현재는 콘텐츠 홍수의 시대다. 너무 많은 정보가 우리의 곁을 스쳐간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귀에 가장 크게 들리는, 눈에 가장 크게 보이는 것들에 이끌리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의 '크기'도 좋지만, 무언가에 내재된 '힘'이 더욱 본질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목을 끄는 것에 수동적으로 집중되기보다는, 조용하지만 꽉 차있는 무언가에 대한 적극적 탐색이 필요한 시대가 되지 않았나라는 생각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