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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Apr 10. 2023

모든 범주는 샌다

나는 너의 어떤 범주에 들어있는가

나: 요즘 읽고 있는 책에서 ‘모든 범주는 샌다’고 해.


너: 모르는 단어 하나 없지만 뭔 말인지 모르겠는 건 나뿐인가.


나: 나도 내가 이해한 게 맞나 헷갈리지만, 사람들이 세상을 이해할 때 범주에 넣어서 그 범주 안의 모든 구성원은 다 똑같이 생각하고 믿는다며 퉁치는 걸 얘기하는 거 같아. 요즘 가장 흔한 걸로 MZ가 있겠지? 일베, 메갈도 그렇게 쓰였을 거고. 그게 세상을 빠르고 쉽게 이해하는 방법이고, 강화하는 경험이 반복되면(이 역시 인지 오류겠지만) 맞지 않는 경험을 여러 번 해도 대부분은 맞지 않냐, 고 일반화하면서 우기게 되는 실수를 하고야 말지.


너: 아, 그런데 우리가 만들어낸 범주는 결국 예외가 있다는 거구나.


나: 그렇지. 자고로 여자라면 통용되던 이미지나 역할이 강하게 있었는데 알고 보니 여자인데도 전혀 그러지 않은 사람들이 상당히 많고, 그 ‘샌’ 사람들과 또 우리 각자의 경험으로 기존 이미지를 깨고 있는 중인거지.


너: 근데 너무 뻔한 얘기 아니냐? 만약 예외를 크게 보라는 거면 범주,라는 거 자체가 애초에 애매하고.


나: 지금까지 어떤 범주를 어떤 단어로 부르기로 결정하고 단 몇 단어나 문장으로 빠르고 쉽게 정의해 왔으니까 그 관점에서는 애매한 게 맞는 거 같아. 그 복잡함은 여러 권의 책에 담아도 모자랄 거고 바쁘다 바빠 현대 사회에 맞지 않을 거야. 하지만 그 작가는 모든 범주는 동일하다,는 걸 전제로 깔고 가는 사람들의 위험성에 대해 얘기해. 작가가 미국인이라 미국의 예시를 얘기하는데 한국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아.


총기난사가 큰 문제라 그걸 언급하자면, 그 가해자는 세상을 이분법으로 본대, 자기를 이해하는 ‘외로운 나’와 자기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시하는 ‘모든 외부인들’. 물론 자기가 무시당하는 경험을 먼저 했을 거야, 상대가 진짜 무시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서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가득한 외부인들에게 거침없이 보복하는 거지. 왜냐면.. 모든(!) 세상은 자기를 무시하니까 자기의 분노를 실행으로 옮기는 행동이 정당화(?) 되겠지.


너: 사건 이후에 사람들이 끼워 맞춘 이유 아냐? 총기난사 후 자살하는 사람들도 많잖아.


나: 몇몇 살아있는 가해자들이 주장하는 공통부분에 대해 얘기하는 거 같아. 그들에게는 ‘모두’가 제거해야 할 대상이기 때문에 사건 후에도 여전히 분노에 가득 하대.


너: 나는 총기난사 사건을 들을 때마다 그 가해자들이 죽기 전에 발악한다고 생각했는데.. 음, 비슷한가.


나: 그리고 일면식도 없는 개별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에 대해서도 비슷한 해석을 해. 축적된 경험 속에서 ‘이 범주 사람들은 나의 적이다’고 퉁치게 되고 자기의 억울함(?)을 모르는 사람에게 보복하는 게 정당한 거지. 데이트 요청에 반복해서 거절당할 때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분노가 치밀고 한 대 치는 거지.


너: 아우 그건 정말 그 사람한테 직접 가서 그러라고 할 수도 없고 왜 해치는 걸로 해결하려는 거야 대체.


나: 그러니까, 해치거나 고립하거나.. 물고기라는 범주가 생물학계에 없다는 걸 알아? 물고기, 참 그 명칭 너무 인간 위주다 그렇지ㅎㅎㅎ 암튼 Fish.


너: 야야, 베스트셀러. 들어는 봤지.


나: 응, 그것 역시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쉽게 보이는 대로’ 만들어낸 범주가 그렇지는 않다,는 얘기를 하는 건데, 여전히 믿기 어렵지 않아? 물고기가 없다니.


너: 물고기 단어에 사람들이 떠올리는 구체적인 것들이 다르다는 거구나. 물고기라는 단어가 없다고 해도 물속을 헤엄치고 떠다니고 기어 다니는 개별 개체들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 플랑크톤이 물고기인가, 갯가재가 물고기인가..


나: 바로 그 얘기야. 맞지도 않는데 모든 사람들이 쓰고 있는 범주. 그 책에서 범주화가 위험하다는 예시로 우생학을 들어. 실제로 미국 몇몇 주에서 백여 년 전에 열등한 유전자가 퍼지지 않게 하려고 열등한 사람들을 법적으로 거세​했었대. 우리도 그때 미국에 있었으면 존재 자체로 열등 범주에 들어가서 법적으로 불임시술을 받았을 거야.


너: 그건 매우 격한 예시잖아. 일반화 작업이 사회를 어느 정도 이해 가능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나: 많이 바뀌고 있다 해도 ‘학창 시절‘ 게으르고 공부를 잘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그 시절 성실하고 더 공부를 잘했던 사람들보다 도태되는 걸 암묵적으로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다’며 용인하잖아. 인과관계가 아니라 상관관계 정도인데 자꾸 인과관계로 해석하니 문제가 되는 거 같아. MZ라서 그렇다, MZ는 이렇게 해결하면 된다, 이렇게 간단하게 단순한 결론을 내게 되니까.


너: 여러 계층의 유사한 부분, 차이나는 부분을 분석해서 사회가 이용하고 보완하고 해야 하잖아. 어떤 분야에서는 그 범주의 연구가 필수고.


나: 음 이 두 책에서 하고 싶은 말은 아마도.. 아마도, 그 작업 자체에 대한 부정보다는, 이 복잡한 사회 속에서 그런 작업은 앞으로도 하게 될 텐데, 사회도 개인도 그런 범주가 절대적이라고 믿지도 말고 모든 범주는 샌다는 걸 염두에 두라는 거 같아.


너: 내가 친구를 이해하는 방식이 그런 건가. 언제부턴지 지인들을 나랑 잘 맞는, 안 맞는 사람들 이렇게 나누고 있는 거 같아. 근데 그 범주 안에 한 번 넣으면 다시 잘 안 나와. 나랑 안 맞는 사람들의 반응은 항상 그 방향으로만 해석하고 말아.


나: 그런 개인의 경험을 어느 정도까지 ‘위험하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너와 안 맞는 범주 안의 사람들도 네 글을 좋아하고 너와 얘기하는 걸 재미있어 할 수도 있어, 너 기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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