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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May 04. 2023

두부를 내 맘대로 요리할 수 있지만

내 맘대로 던질 순 없어

나: 소유한다는 건 뭘까.


너: 내 손에 있다 없다?


나: 매우 물리적인 인식이네. 네가 두부를 소유하고 있다면..


너: 오늘 식사에 두부를 먹을지 말지 결정할 수 있겠지? 두부가 없다면 할 수 없는 고민이니까. 으깰지 부칠지 썰지 말지 맘대로 결정할 수 있어.


나: 반려동물을 소유하는 건 어때.


너: 소유라는 표현을 쓰니까 야, 너무 불편하다.


나: 너와 함께 있다는 의미로?


너: 나에게 종속된 것도 아니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대상이 아니야. 난 반려동물을 취급할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 가족들과 마찬가지로 나와 같이 있지만 소유관계가 아니야.


나: 하지만 다들 중성화 수술도 하고 미용도 시키고 식단도 통제하잖아. 아이의 일도 대부분 결정해 버리고. 그러면 집?


너: 두부는 진짜 내 손에 있어서 내가 모든 취급에 대한 결정을 할 수 있는데 집은 팔건지, 빌려줄 건지 정도를 결정할 수 있을 듯? 내 맘대로 들고 다닐 순 없으니까.


나: 두부도 꼭 그렇진 않아. 어떻게 요리할지는 개인이 결정할 수 있지만 두부를 지나가는 사람에게 던지겠다, 아니면 지나가는 길목에 버리겠다는 결정을 하면 완전 다른 얘기가 되지.


너: 그건 내가 다른 사람의 권리를 침해하는 거잖아. 움.. 내가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온전히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건 아니네. 내 집이라고 맘대로 집에 불 지르거나 기둥을 뽑을 수도 없어. 근데 너무 뻔한 거 아냐?


나: 소유한다고 사회의 어느 권한까지 넘어오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 물건이랑 생명을 가지고 있는 무언가는 또 다른 것 같고, 물건도 들고 다니는 거랑 못 들고 다니는 게 다른 거 같아. 


너: 층간 벽간 소음, 흡연, 그리고 집에서 구워 먹는 것도 논란이야. 내 집에서 내가 담배 좀 피우겠다는데! 집에서 맘 편히 놀지도 먹지도 못해! 이러면서 분쟁이 발생해.


나: 서로 너무 안타깝지. 내가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가 소유한 공간에서 내 행위로 남에게 피해가 자꾸 생기니까 나 역시도 자유를 침해받게 되고. 다들 공간이 겹칠 만큼 가까이 위아래옆에 살다 보니 피할 수 없어.


너: 노키즈존. 그 공간을 소유한 점주는 아이의 입장을 막을 자유가 있는 게 맞아? 공개적으로 누군가를 따돌린다는 걸 찬반으로 논의하는 거잖아.


나: 그래, 아이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게 좋다, 싫다의 문제를 넘어서 사회적으로 찬성, 반대 논쟁거리가 된다는 거에 놀라는 사람들이 많더라. 다른 사람의 권리가 얽혀있을 때 많은 경우에 그 권리를 침해하는 건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는 걸 우리가 잘 모르는 거 같아, 복잡하기도 하고. 복잡한 건 복잡하게 받아들여하는데 자꾸 그걸 간단하게 해결하려다 보니 그런 이상한 해결책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해.


너: 소유하지 않은 것들은 어때. 버스정류장에 만들어놓은 눈사람을 누군가가 망가뜨린 일에 사람들이 분노했던 지난겨울이 떠오르네. 주로 금전거래로 소유 정보가 바뀌는데, 눈사람은 돈이 오가진 않았지만 노력을 들여서 가치를 만들어냈잖아. 그걸 만든 사람이 '내 눈사람'이라고 주장할 수 있나?


나: 안타깝지만, 그걸 망가뜨린 사람에게는 아무 가치가 없었던 거 보면 애매하지. 하지만 너랑 나랑 둘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는데 네가 내 눈사람을 방해하면 나는 너한테 내 걸 망가뜨렸다며 화낼 거야.


너: 움.. 그럼 눈사람을 만든 사람이 누군가에게 그 눈사람을 팔아서 구체적인 가격을 만들어내는 건 어때.


나: 그 사람의 노력이 들어가긴 했지만, 길에 쌓인 눈이 그 사람의 거라고 얘기할 순 없잖아. 그 눈은 공공의 것이니 혼자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면 안 된다고 누군가가 반대하면?


너: 그 사람이 자기 노동을 추가해서 의미를 부여했잖아. 태양열 발전은 어때, 인프라 설치에 돈이 들어갔지만 태양열을 소유한 건 아닌데 거기에서 이익이 만들어지잖아. 


나: 움.. 예를 들어 완전히 똑같이 만들어진 두 집이 있다고 치자. 하나는 한강뷰를 볼 수 있고, 다른 하나는 어디 그냥 동네에 있어. 시장에서 선호하는 전망 때문에 한강뷰 아파트가 훨씬 더 비싸겠지. 그 전망이 누구껀데 왜 그 집의 가치를 이 정도까지 높이냔 말이야. 그 전망에 우리 집이 포함되어 있다면, 아니면 공공의 입장에서 그 집이 전망으로 이득 보는 걸 내가 반대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 이득을 나한테 나눠달라고 주장하는 건 어때.


너: 말 같지도 않은 소리만 하는 것 같지만 생각해 볼 아무 얘기 재미있네. 


나: 유독 상사의 말을 잘 듣는 동료들이 있었어. 나는 상사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닌데 그럴 필요 있나라고 생각했는데 그러고 보니 나 역시 돈을 주는 사람이라면 말을 잘 듣겠다는 전제를 하고 있었던 건가 봐. 월급을 주는 회사라면 내 많은 권리를 침해당하는 걸 감수하겠다는 거지, 억지 부려도 참고 말이야. 월급에 내 권리를 자발적으로 넘겼어.


너: 예전에는 아이나 배우자, 반려동물을 소유한다고 생각했잖아. 법적으로도 그렇게 해석했었던 거 같고. 그 소유라는 개념은 뭐였을까.


나: 그러고 보니 아이를 낳는 것 말고 결혼이나 반려동물은 (아마도 여전히) 금전 거래가 관여하네.


너: 사회적으로 마음대로 취급해도 되는 명분이 돼버렸지. 가족 내 폭력이 쉬쉬 됐고 반려동물을 죽여도 처벌할 법이 없던 거지.


나: 내가 무언가를 소유한다는 게 그 모든 권리가 나에게 양도된다는 건 아닐 텐데 뭔지 잘 모르겠어. 내 맘대로 하지도 못하면 소유라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기도 하고.


너: 내 맘대로 하려고 소유하는 게 가능한 일일까? 협박도 소유와 통제의 방법인 것 같네. 누군가가 나의 약점을 쥐고 아니면 나를 위협하면서 내 모든 권리를 쥐고 자기 마음대로 조종하면 나는 겁이 나서 끌려가겠지.


나: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아무리 비싼 돈으로도 침범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는 고민을 별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 비슷한 일을 대할 때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흐린 눈 하면서 나나 내 주변 사람이 그런 피해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게 최선인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너: 인터넷에 자주 30억 주면 10년 동안 감옥에 다녀온다 만다 이런 비슷한 글이 올라오거든. 그럴 때 나도  '그거 보단 더 줘야지'라고 생각해 왔어. 그니까 나도 모르게 머릿속으로는 가격을 매기는 거지.


나: 우리는 우리 몸은 소유한 건가. 남을 학대하는 건 너무나 큰 일인데 내 몸을 학대라고 부를 만큼 다이어트를 심하게 하거나 하는 건 그저 안타깝다 정도만 생각하잖아. 자기 몸을 의도적으로 학대하는 사람을 구속해서 감옥에 넣을 거야 어쩔 거야.


너: 소유는 개인의 일인 줄로만 알았는데 권리를 연결하니까 사회적인 게 돼버렸네. 나는 무엇을 소유했을까, 무엇이 나를 소유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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