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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Jun 05. 2023

서로를 알고 이해한다는 건 뭘까

너를 내 로직으로 해석하는 걸까 네 로직을 받아들이는 걸까

나: 한 고3 학생이 이번에 졸업하고 한국 가기 전에 내게 편지를 줬는데 나한테 미스터리 쌤 이래. 그 학생과 거의 4년 넘게 수업했거든, 방문할 때부터. 그런데도 아직 미스터리라니!


너: ㅎㅎㅎㅎ 너는 그 학생에 대해 잘 아는 거 같아?


나: 그래가지고 내가 그 학생한테 '앞으로도 잘 지내보아요 - 미스터리 쌤으로부터' 그랬더니, 그날 하루 만났다고 이제는 덜 미스터리하대. 그것도 또 희한하다고 생각했어.


너: 푸하하, 점심 한 끼 먹었을 거 아냐. 그 순간에 너를 더 알게 됐나?


나: 그런가 봐. 네 질문에 이제 답을 하자면... 잘 안다, 이해한다 그 말이 뭔지 잘 모르겠어!


너: 우리가 주기적으로 만난 지도 꽤 됐잖아. 그 전과 지금을 비교했을 때 나를 더 이해하게 된 거 같아?


나: 아우, 그 의미가 뭔지 모르겠다고 방금 말했는데 묻다니! 확실히 나는 나를 이해하게 된 것 같아. 나를 이해하게 된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내 행동과 감정을 내가 조금 더 잘 설명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야. 너에 대해 몰랐던 걸 알게 되기도 했어. 그럼 나는 네 대부분의 다른 친구들보다 더 너를 이해한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 부분을 모르겠다는 거지.


너: 나도 너에 대해 몰랐던 걸 더 많이 알게 됐어. 내가 그걸 알기 전과 알고 난 지금.. 너를 더 이해하게 됐나? 분명 그런 거 같긴 하거든. 가장 가까운 남편에 대해서 내가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잘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나? 아이템 개개로 물으면 아마 몇 개는 더 알긴 하겠지. 그러면 나는 10개를 알고 그의 친구는 5개를 안다면 내가 더 나은 거야? 그것도 확신이 없네.


나: 수학에서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건.. 알고 있는 조각들을 서로 끼워 맞출 수 있는 걸 의미하는 것 같아. 그래서 응용문제나 여러 토픽을 섞었을 때 학생들이 더 어렵다고 느끼지, 뻔한 패턴이 아니니까. 이해력이 높다, 응용력이 높다는 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할 수 있다,는 걸까?


너: 그럼 내가 너를 이해한다는 말은, 네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어느 정도 예상가능하다는 걸까?


나: 움.. 이 정도의 시간을 보내지 않더라도 어느 정도 예상가능하지 않아?


너: 그런 뻔한 패턴 일상 말고 완전 예상 밖의 상황에서 말이야. 예를 들어 네가 갑자기 네 의지로 집을 나갔다고 쳐. 그럼 나는 다른 친구들보다 더 네가 어딜 갔을지, 네가 어떤 감정일지 좀 더 예측 가능할까?.. 금방 생각해 봤는데 너 어디 갈지 전혀 모르겠는데!


나: ㅎㅎㅎ 야 내가 어디 갈지 나도 모르겠다.


너: 사람을 이해한다는 건 공식처럼 패턴이 예측된다는 거랑은 좀 더 다른 것 같아. 여전히 이해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네.


나: 네가 가장 오래 관찰하고 시간을 보내는 너의 아이들에 대해 생각해 보자. 너는 아이들을 이해하는 것 같아?


너: 그렇게 물어보니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그 누구보다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걸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할 자신은 있지.


나: 움 그래. 그러다가 너의 이해범위 밖의 행동들을 하기 시작하면? 네 논리로 감당이 안 되는 순간에는 어떨까? 사실 우리는 자기 논리로 끼워 맞출 수 있는 정도까지만 이해가 가능하지 않을까. 너 역시 내 논리 밖의 행동을 하면 나는 너를 낯설다고 생각할 거야.


너: 그러게, 그러겠지. 우리는 서로를 어디까지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할까. 그 노력이란 그리고 과연 뭘까. 너의 논리를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내 논리가 아닌 걸 내가 과연 이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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