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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Jan 26. 2023

방황을 원동력으로 모두 탈피에 성공하길

모두 자신 있게 ’나는 이제 어른‘이라고 하자

나: 많은 우리 나이 사람들이 ‘성인이지만 여전히 사춘기를 겪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인사이드아웃에 보면 사춘기에 들어가면서 호르몬의 영향 등등으로 보호자와 함께 만든 세상이 싸그리 무너지잖아. 긍정적으로 세상의 전부였던 부모에 대한 불신과 답답함, 새로운 세상에의 혼란, 이런 설명도 잘 안 되는 경험을 하면서 친구들이 크게 자리하고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가지.


너: 지금 시점에 우리가 겪는다는 사춘기랑은 다른 감이 있네.


나: 우리 포함 어른들이 말하는 사춘기라는 건 (이렇게나 살았는데도) 여전히 모르겠는 인생의 모호함, 그 과정에서 생기는 허무와 우울, 의미 있는 걸 찾아보려 하지만 당최 모르겠음 머 이런 것들의 복합체일까.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 좀 더 답에 가까운 삶을 살아보고 싶은 열망까지. 그리고 또 답은 없고.


너: 어둡던 우리의 20대 때 네가 ‘우리는 어설프게 공부나 잘했어서 망했다’는 말을 한 적이 있거든. 그게 너무 웃겼는데 나를 쾅하고 쳤어.


나: 여전히 같은 생각이야. 그 시기에 기대받는 걸 잘 해낸다는 건 많은 면에서 인생을 원활하고 부드럽게 만들잖아? 적절히 공부 잘하고 적당히 취업하고 때 되면 연애하고 결혼하고. 얼마 전에 어떤 광고배너에 ‘공부를 잘하는 건 무너질 수 있어도 생각을 잘하는 건 평생 간다’였나 뭐 대충 그런 멘트가 보였는데 아차 싶더라.


너: 요즘 시집을 읽고 있는데 시를 평생 처음 읽는 게 아닌가 싶었어. 학창 시절에는 시를 읽으면 좋은데 그 감정에 머물기 전에 교과서가 원하는 의미를 찾아야 했고, 마침 또 찾아내지도 못했고, 선생님이 알려주는 답을 외우면서 내가 읽는 게 내가 읽는 게 아닌 게 돼버렸잖아.


나: 곧 대학에 입학하는 학생을 만났어. 여기는 졸업을 6월에 해서 봄에 시작하는 대학에 진학하려면 한 학기가 붕 뜨거든. 한국 대학을 가고 싶어 하는 학생들은 그 기간 동안 입시를 해. 학교 다니며 파이널 시험을 향해 전력질주를 하다 졸업하고, 그 후엔 입시에 막 달리다 그 마저 마치면 더 높이 붕 뜨지. 그래서 원하는 곳에 입학을 했는데도 맘이 너무 불편하다는 거야, 오가며 학교를 지나칠 때 학교를 외면하게 된대, 거기서 열심히 공부하는 애들 생각하면 자기가 쓸모없어진 기분이래. 나 역시 수능 후 진짜 어둠의 시간을 보냈기에 맘이 안 좋았어.


너: 그래. 에너지가 한창 쌓이는 시기니까 소진을 해야 하는데 공부 말고 대체 어떻게 하니. 뭐 하고 놀아야 할지도 모르니 감정이라도 소모하는 거지. 입학 전인데 이미 단과 단톡방이 있고 거기에 대부분의 아이들이 대학 수업 예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매. 이 시간을 어찌 채울지 몰라서 다시 또 공부로 달린다.. ‘뭔가 한다’는 생각에 맘이라도 편하겠지.


나: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동아리 후배가 있어. 내 인생을 돌아보면 전형적인 생산, 효율 장착한 인간이라 ‘구르는 돌에 이끼 끼랴’ 이런 태도로 살아왔더라고. 그 후배는 ‘갈 곳이 불분명할 땐 잠시 머무르겠다’ 라며 이끼를 무서워 하질 않아, 정체랑 탐색의 차이를 아는 거지. 탐색할 여유 없이 무조건 구르다가 그 후배를 생각하면 겸연쩍어. 그러면서도 또다시 구르지.


너: 우리는.. 지금도 너무 학생이야. 나를 사회에 껴맞출 생각을 먼저 하게 되나 봐. 모범생인 나에 취해있어.


나: 그렇게 안 하려고 하는데도 잘 안된다 그렇지.


너: 학생과 사회인의 과도기가 있어야 하는데 대학도, 아니면 중고교 졸업 후 취업한 회사도 ‘시키는 대로 잘 해내려는’ 학생의 연장이 돼버렸어.


나: 정규학교 졸업이라는 관문을 건너는 게 진짜 큰 의미인데 그 과정을 후딱 지나가면서 학생이지도 사회인이지도 못하는 거 같아.


너: 흠. 우리가 초반에 어른들을 위한 잡학사전을 만들어보자고 얘기한 게 생각난다. 이 닦는 거, 걷는 거부터 시작해서 관계 내 존중하는 거 이런 기본적인 거 제대로 하는 어른 못 봤다며!


나: 어른들을 위한 철학, 사회 이런 콘텐츠는 많지만 진짜 기본적인 게 필요하지 않냐고 얘기했지.


너: 학생에서 사회인으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충분히 방황하되 그 방황이 자원이 되어 자기 세상을 구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에게 멋진 세상 말고 진짜 자기 세상. 아직 에너지가 남아 있을 때 그런 걸 시작할 수 있다면 좋겠어.


나: 그래. 방황이 자원이 되다, 중요하다. 방황이.. 방황이기만 하면 안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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