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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Feb 07. 2023

더 이상 시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관계를 유지하자

이 매거진을 친구들에게 공개할 수 있을까

너: 이 수다들을 친구들에게 언젠가 공개할 거야?


나:... 그럴 날이 오긴 하겠지? 빠른 시일 내 일지는 모르겠지만.


너: 가장 신경 쓰이는 게 뭐야?


나: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는 거? 그 모임의 다른 친구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도 그걸 입 밖으로 내는 순간 문제가 진짜가 되거나 애정을 테스트하는 것 같잖아.


너: 모두가 알고 있어도 내뱉는 게 조심스러운 것들이 있지. 맞아 맞아.


나: 내 의도는 ‘지금보다 더 서로를 좀 더 알아가자, 나를 좀 더 보여도 된다는 확신을 가져보자’.  그걸 고민하려던 게 관계 자체에 문제가 있나 싶어 이런저런 얘기를 했던 거 같아. 그게 신경 쓰여.


너: 그래도 네가 한 많은 시도들이 지금 네 고민에 상관이 있을 순 있지. 원인은 아니어도.


나: 이 뚜껑 저 뚜껑 열어본 지금의 결론은, 이 고민에 원인이 있는 건 아닌 거 같다야. 원인이 있는 관계였다면 모이는 시간을 개선할 게 아니라 그만 만나야겠지.


너: ‘더 이상 시공간을 공유하지 않는 관계의 친목’이라는 건 원래 어렵다, 에서부터 시작.


나: 다들 그걸 필요로 하고 원하고 있다,는 전제도 붙이자. ‘모임을 유지할 의지가 있고, 그 안의 멤버들이 조금은 더 가까운 관계를 맺었으면 좋겠다’.


너: 그 전제들이 깨지면 모임 자체에 대한 고민으로 넘어가겠네. 그러고 보면 시나브로 사라진 모임들이 참 많아. 대부분은 사라지는 게 너무 자연스러워서 서로 연락을 안 하는 줄도 몰랐어.


나: 그러게. 내 고민은 다 내 경험과 입장에서 시작된 거라 다른 사람들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모임을 가진 전후에 같은 마음가짐일까에 의문을 제기해.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친구라는 관계에서 그리고 일상에서 지금보다 좀 더 많은 걸 해소했으면 좋겠어.


너: 그 해소가 꼭 감정의 해소는 아니지.


나: 그렇지. 난 여전히 친구들을 통해 내가 여러 방면으로 풍성해지는 걸 기대해. 감정뿐 아니라 생각하는 방식이나 여러 가지, 우리는 다차원이니까.


너: 그러려면 단순하게 경험이나 감정을 나누는 것뿐 아니라 각자의 경험과 감정이 반드시 엮여야 하는 것 같아.


나: 맞아. 그게 아니라면 일방적으로 쏟아내는 혹은 질문하고 답하는 그런 상황이 반복될 거야. 그게 내가 불편해하는, 그리고 나 역시 열심히 하고 있는 일방적 진도체크.


너: 내가 전에 한 모임에 다녀온 후 너한테 ‘말하는 비중이나 콘텐츠 등 그 구조 어떤 것에도 문제가 있지 않더라’고 한 적이 있었거든. 그런데 확실히 그 시간이 조직적이지는 않았던 거 같아.


나: 배의 부분을 조금씩 수리하다 모든 부분이 새로운 부품으로 교체되었을 때 여전히 그걸 같은 배로 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이 기억난다. 난 집합체와 조직의 차이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해서 집합체에서 조직으로 넘어가고 싶어. 화학적 결합.


너: 자기를 남의 경험이나 감정에 엮으려면 자기를 열어야 하는데 지금은 ‘내가 생각하는 너’를 엮는 것 같아. ‘너’라는 부품에 대한 고민을 내가 같이 하는 상황이랄까. ‘나’와 ‘너’, ‘우리’의 부품이 같은 배를 구성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어.


나: 한 팝스타가 시상식에서 두 번이나 앨범 상인가, 가수 상인가를 받았대. 자기가 그동안 꿈꾸던 걸 이룬 순간이니까 얼마나 기뻤겠어? 그런데 자기는 그 순간에 ‘어머나, 전화해서 기쁨을 나누고 싶은 사람이 없다’는 걸 실감했대.


너: 그래. 서로의 어떤 순간에 떠오르는 얼굴들이 됐으면 좋겠다. 막상 친구들이 떠올라도 이럴 것 같아서 저럴 것 같아서 제외하다 보면 남는 얼굴이 없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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