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학교 후배가 보험설계사인데 보험 좀 들어달라는 부탁이었다. 동생의 위신을 새겨줄 겸 들기로 했다.
그런데 기다리던 전화는 저녁이 되어서도 오지 않았다. 내일 오겠거니 하고 오랜만에 미용실을 갔다. 한참 머리를 자르던 중 갑자기 전화가 왔다. 머리를 깎고 있어, 미용사에게 양해를 구하고 스피커폰으로 받았다. 젊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OOO의 OOO입니다. OO님 되시죠?”
“네, 접니다.”
“자세한 상품 내용에 대해서는 고객님의 동생님과 통화를 했고요. 지금부터는 가입하실 자세한 상품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그녀의 상품 설명하는 목소리가 스피커폰으로 울려 퍼졌다. 자연스럽게 주변의 다른 손님들이 나의 통화를 듣게 되었다. 그래서 많이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오늘 내로 빨리 가입을 끝내고 싶었기에, 무시하고 계속 통화를 했다. 이후 그녀는 여러 질문을 했고, 나는 형식적인 답변만 계속했다. 그러다 갑자기 여성이 이런 말을 했다.
“목소리 정말 좋으시네요. 성우 같으세요. 그런 말씀 많이 들으시죠?”
“아... 감사합니다.”
여성의 갑작스러운 칭찬이 스피커폰으로 울리자 주변 사람들이 더욱 의식되었다. 쑥스럽고 민망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성의 칭찬은 멈추지 않았다.
“목소리가 중저음이라 정말 듣기 좋네요.”
“아... 네... 정말 감사합니다.”
여성의 칭찬이 멈추지 않자 더욱 민망해졌다. 더군다나 소파에는 이웃집 아주머니도 앉아계셨다. 그래서 여성과의 통화를 빨리 끊고 싶어졌다.
“목소리가 참 좋으세요. 하하하”
“아...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목소리만 좋고, 얼굴은 안 그래요.”
“아... 그러시군요. 사실 얼굴은 볼 수 없으니, 많이 아쉽네요. 하하하”
내가 당황한 목소리를 내자 여성은 다시 설명을 이어갔다. 그렇게 그녀와의 통화는 아쉽게 끝이 났다.
아무튼 낯간지러운 목소리 칭찬은 이제 그만하겠다. 이제부터는 중저음의 목소리가 왜 여성의 집단무의식 속에 있는 어두운 욕망을 크게 자극하는지를 뇌과학적으로 설명해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