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에 나타난 카사노바의 어두운 욕망

카사노바의 생존심리학

<꿈의 내용>


두 명의 여자 친구와 함께 길을 걷고 있다. 그때 옆을 스쳐 지나가는 한 여성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눈에 띄게 아름다운 그녀에게 강한 호기심과 충동을 느낀 나는 여자 친구들을 뒤로한 채 그녀를 따라나선다. 그 순간, 그 여성이 갑자기 뒤돌아서며 나를 향해 묘한 미소를 짓는다. 그녀의 연락처를 물어보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그녀의 얼굴이 새엄마의 얼굴로 바뀐 것이다. 놀라움도 잠시, 새엄마의 얼굴은 어느 순간 친엄마의 모습으로 바뀌고 다시 새엄마로 되돌아간다. 두 얼굴은 교차하듯 반복되며 점점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그 순간, 친엄마에 대한 강렬한 죄책감이 밀려와 몹시 괴롭다.


<꿈의 배경>


카사노바 R은 현재 두 명의 여성과 몰래 연애를 하고 있다. 어느 날 이 중 한 명의 여자 친구와 커피숍에서 차를 마시다가 길을 걸어가는 아름다운 여성을 발견한다. 이후 여자 친구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여성에게 다가가 연락처를 받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여자 친구가 자리를 비우지 않았고, 결국 그 여성을 그냥 보내버리고 말았다.

어릴 적 R의 아버지는 불륜으로 친엄마와 이혼한 뒤 젊고 아름다운 여성과 재혼했다. 이 여성이 새엄마가 되었고, 그녀는 R을 친아들 이상으로 사랑해 주었다. 그 후 어느 순간부터 R은 이 새엄마를 자신을 낳아 준 친엄마처럼 인식하게 된다.


R은 대학교 동기로 절친한 친구다. 현재 그는 배우자와 아들 하나를 둔 성실한 가장으로 살아가고 있다. 이 글에서 다루는 꿈은 R이 20대 중반 무렵에 꾼 꿈이다. 이제 이 꿈을 단서로 프로이트와 융이 말한 무의식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프로이트는 『꿈의 해석』을 통해 인간의 무의식(unconscious)에 대해 최초로 학문적이면서도 체계적인 설명을 시도한 인물이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우리가 평소에는 자각하지 못하는 무의식은 밤에 꾸는 꿈을 통해 그 실체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무의식은 왜 하필 꿈이라는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일까? 이에 대해 프로이트는 “꿈은 소원을 성취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여기서 말하는 소원이란, 우리가 진심으로 원하지만 사회적 제약과 규범으로 인해 현실에서는 실현할 수 없는 욕망을 의미한다.


우리는 사회라는 조직 속에서 타인과 함께 살아가야 한다. 따라서 마음속에 떠오르는 모든 소원을 그대로 실현하며 살아갈 수는 없다. 그중 상당수의 욕망은 의식을 통해 통제되어야만 한다. 이렇게 통제된, 다시 말해 금지된 소원은 의식의 표면 아래로 가라앉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무의식이다. 우리는 의식을 통해 이러한 금지된 소원을 무의식 속으로 억압함으로써 비교적 원만한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그러나 잠에 들면 우리의 정신은 의식이라는 성가신 감시자로부터 벗어나, 무의식이라는 보다 자유로운 영역의 지배를 받게 된다. 이 자유로운 무의식의 목적은 낮 동안 억압되었던 소원을 꿈속에서라도 성취하는 데 있다. 이런 점에서 R의 꿈은 소원 성취라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